한국일보

빨간 주와 파란 주

2004-11-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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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렇습니다
<교육학 박사·목사>


2004년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조지 부시가 다음 4년을 미국대통령으로서 나라를 이끌어 갈 것이다. 이번 선거는 내가 경험한 선거 중에서 가장 분열되고 극화된 선거였다. 공화당 친구들은 선거의 결과에 만족하여 의기양양하고, 민주당 친구들은 분노하며 처참해 하고있다. 미합중국이 파란색 주와 빨간색 주로 구분되었다.
나 역시 이번 선거 중 심리적으로 분열을 느꼈다. 오른쪽 반쪽의 나는 빨간색으로 부시대통령의 크리스천 가치관을 지지하고 왼쪽 반쪽의 나는 파란색으로 민주당의 사회정책을 지지하였다. 두 후보를 놓고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못하여 나처럼 곤궁에 빠진 소수의 무리들이 있음을 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나는 전통 크리스천 가치관을 지지하지만 사회정책은 노동조합과 사회보장 제도와 만민의 평등주의를 지지한다. 크리스천 가치관을 고수하고 사회복지정책을 선호하는 나와 같은 괴짜 소수무리들을 ‘기독교 민주당’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기독교 민주당은 유럽에는 있지만 미국에 없는 당이라는 것이 이번 선거 중 유감스러웠다.
선거 전날까지도 아니 투표 마지막 순간까지 누가 대통령이 될지 예측하기가 힘들었던 선거였다. 여러 가지 상황을 감지하여 나름대로 나는 케리가 당선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선거 날 인터넷에 들어가 뉴스를 시시각각으로 체크하기도 하고, 라디오를 틀어놓고 선거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정치 전문가들의 코멘트를 들으면서 선거결과를 관찰하였다. 개표 초기에는 민주당이 앞서가는 것 같았지만 아무도 결과를 짐작 할 수 없는 그런 선거였다.
돌이켜보건대 만약 내가 나 자신의 분열된 마음을 자세히 통찰하였더라면 선거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이번 선거가 있기까지 나는 지난 8번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당을 지지하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존 케리에게 표를 찍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느 한쪽에도 나의 표를 주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원이었던, 특히 중서부에 사는 유권자들이 마지막 순간 조지 부시에게 표를 던진 것이 이번 선거의 결과라는 해석에 동의한다.
아내는 부시대통령이 당선된 이유는 많은 한인 교인들이 부시대통령 당선을 위해 기도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만약에 한인들의 기도가 그처럼 강력하다면 서울과 평양을 잇는 초고속 하이웨이가 왜 아직도 없단 말인가 하며 아내의 이론을 농담으로 받아넘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는 아내의 말처럼 기도의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왜냐하면 교회에서 이번 선거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던 사람들이 투표장으로 몰려가 평생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였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가치관 이슈로 결정되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투표장에서 나가는 사람들 중 22 %가 모럴이슈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라크전쟁보다도 경제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대답하였다.
어떤 친구는 샌프란시스코 시장 개빈 뉴섬이 부시대통령을 당선시킨 공로자라고 말하였다. 민주당인 뉴섬 시장이 동성결혼을 승인한다고 선포한 후 매일 텔레비전을 통하여 동성 결혼식 장면을 본 많은 전통주의자들이 투표장으로 향하여 갔다는 보고이다.
가치관 이슈가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정부가 지켜야할 정부의 가치관은 사회공의와 정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국가는 자기 시민 중에 가장 나약한 사람을 어떻게 대우하였는가에 따라 공의롭고 정의로운 나라로 판정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구약시절 아모스 선지자의 말씀에 나는 깊이 동의한다. 그는 이스라엘을 향하여 “네 노래 소리를 내 앞에서 그칠지어다. 네 비파소리도 내가 듣지 아니하리라. 오직 공법을 물같이, 정의를 하수같이 흘릴지로다”라고 말하였다.
이번 선거로 미국이 두 패로 갈라졌다. 빨간색 주와 파란색 주들이 다시 빨간색, 하얀색, 파란색의 나라로 되돌아가 하나님이 보시기에 아름다운 국민, 공의와 정의가 물같이 흐르는 나라가 되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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