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인들은 ‘은퇴(retirement)는 바퀴(tire)를 갈아 끼는 것’이라고 농담하고 있다. 새 바퀴를 끼고 다시 한번 신나게 달려보는 것이 은퇴라는 것이다.
탐 폰택은 수십년간 호텔, 리조트, 식당 등의 거래를 중개한 상업용 부동산 세일즈 에이전트였다. 60세 되던 해 뭔가 다른 것을 해보고 싶어 생애 처음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캘리포니아 스테이트 대학들은 60세가 넘는 학생에게는 1학기당 학비가 3달러에 불과하다. 그는 이 학비 특전을 최대한 활용, 64세가 되던 해에 심리학과 노인학으로 캘리포니아 롱비치 주립대학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68세인 그는 롱비치에서 노인 커뮤니티와 대학 당국을 연결하는 유급직을 맡고 있다. 한 주에 20시간씩만 일하는 그는 이 일이 만족스러워 앞으로 5∼10년은 더 일할 생각이다.
마라토너이기도 한 그는 사람들이 “얼마나 더 달릴 생각입니까?”라고 물을 때마다 “재미없어질 때까지”라고 대답하곤 하는데 이를 은퇴 후 제2의 커리어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노인인구는 늘어가지만 이들은 아직도 일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65세에 은퇴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미국 노인인구에 대한 연구조사를 하고 있는 AARP가 최근 50∼70세의 일하고 있는 인구 2,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들의 3분의2 이상이 65세가 넘어서도 일할 계획임을 밝혔다.
단지 1∼2년만 더 일할 계획이 아니라 70대까지 심지어 80대까지도 일할 수 있으면 일할 것이라고 응답함에 따라 요즘 시니어 시티즌들은 나이가 들어도 일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고 있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오래 살고 더 건강하기 때문에 산업사회에 더 오래 기여하고 싶다”고 밝히는가 하면 혹자는 “내가 가진 기술이 아직도 써먹을 가치가 있으니까”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냥 직업 전선에서 물러나고 싶지 않다는 부류도 있다. 이런 분위기를 두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은퇴에서 은퇴할 때다’라는 기사를 쓴 컨설팅 회사 ‘더 컨커즈 그룹’의 국장인 태미 에릭슨은 “은퇴에 대한 개념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는 은퇴 전에는 가족과 자녀를 위해 또 먹고살기 위해 ‘숨가쁘게 뛰었지만’은퇴 후 제2의 커리어는 그야말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 그동안 쌓았던 경험과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멋진 기회라고 지적하며 요즘 베이비부머들은 익히 이런 것을 훤히 꿰뚫고 제2의 진로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례로 50대에는 뉴욕시에서 변호사로 팀을 이뤄 일하던 부부가 60대에 접어들면서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이주, 찰스턴에서 베드 앤드 브랙퍼스트 여인숙을 운영하는가 하면 뉴저지시에서 청소년담당 판사로 일하던 노장은 74세에 접어든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마음만 열면 101가지의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며 자전거 수리공이 되든 영화 세트장에서 일하든 아니면 견공 베이비시터가 되든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고 말한다.
직장에서도 고령자에 대한 차별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두둑한 은퇴연금을 가지고 빠져나간 은퇴자의 자리를 메워줄 젊은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석창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