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빈 나 수퍼 루키시즌 결산 인터뷰
▶ PGA투어 데뷔 첫 해 상금 90만달러 돌파 여유있게 투어카드 유지
- 루키로서 매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는데.
▲정말 많은 걸 배웠다. 어린 나이에 투어생활인데다 대회 출전이 많아 힘들었고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다행히 투어카드도 유지했고 좋은 성적을 올려 기쁘다.
-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었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서던 팜 뷰로클래식에서 우승을 놓친 것이었다. 정말 우승찬스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승자인) 프레드 펑크 선수가 너무 잘 쳤다. 또 하나는 투어 첫 해라서 내 출전 스케줄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루키는 언제 대회에 나갈 수 있을 지 알 수 없어 기회만 있으면 계속 출전하다보니 컨디션 조절이 어렵다. 올해 6주 연속으로 출전한 적이 두 번 있고 7주연속 출전도 한 번 있었다. 사실 4주만 연속으로 출전하면 몸과 마음이 모두 녹초가 돼 그 다음부터는 거의 기계적으로 치게 된다. 사실 이 때문에 예선에서 많이 떨어진 것 같다. 하도 계속 출전하다보니 PGA투어 관계자들이 나를 보고 “너는 집에도 안 가냐? 집 없냐?”고 묻기도 했다. 힘들어서 살도 많이 빠졌다. 올 시즌을 거치며 12파운드가 줄었다.
- 투어 첫 해를 거치면서 배운 것들과 향상된 점이 있을 텐데.
▲대회를 계속하면서 자신감이 붙고 익숙해졌다. 나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가장 달라진 것은 게임을 풀어나가는 능력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자기 샷을 파악해 참아야 할 때와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할 때를 좀 더 잘 분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 자신의 목표를 말해달라.
▲내년에는 최대한 좋은 성적을 올려 상금랭킹 30위까지 출전하는 투어챔피언십에 나가고 싶다. 또 1승을 거둬 내후년 우승자들만 출전하는 머세디스 챔피언십에 나가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보다 장기적인 목표는 사실 좀 거창하다. 지금은 한국에서 ‘골프’하면 ‘박세리, 최경주’의 이름이 떠오르는데 앞으로 2∼3년 뒤에는 ‘나상욱’이란 이름이 생각날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는 것이다.
- 상당히 야심 찬 목표인데 이를 달성하기 위한 비책은 준비됐나.
▲열심히 노력하고 연습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내년에는 선생님(부치 하먼 코치)을 자주 찾아 지도를 받을 예정이다. 선생님이 올해 대회 출전을 너무 많다며 내년에는 많이 줄이라고 했고 그렇게 쉴 때 자주 와 지도를 받을 생각이다.
- 투어생활에서 힘들었던 것은.
▲너무 많다. 사실 어머니께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했다. ‘골프선수는 백조 같다’고. 위에서 보면 우아하고 멋있지만 물밑에서 보면 두 발로 바쁘게 물을 저어야하는 백조나 마찬가지다. 외부에서 보기엔 골프만 치고 큰 돈을 버는 멋진 직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해야한다. 탑 선수들일수록 더 열심히 한다. 너무 힘들어서 그런 지 선수들 가운데 대머리가 굉장히 많다. 모자를 벗고 있으면 친구도 못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
- 본인은 괜찮나.
▲내 머리는 아직 괜찮은 것 같다.
- 고교를 중퇴하고 어린 나이에 프로로 전향해 화제가 됐었는데 같은 생각을 하는 후배가 있다면 해 줄 조언이 있나.
▲글쎄 남들이 들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대학에 가라고 권유하겠다. 투어생활은 어린 나이엔 너무 힘들고 정말 감당하기 힘든 벽이 있다. 나는 정말 다행이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투어는 계속 있지만 공부는 그 때밖에 못한다. 너무 골프만 하면 하나밖에 모르고 건강하지 않은 것 같다. 여러 면에서 균형 잡힌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 그렇다면 자신의 조기 프로전향을 후회한다는 말인가.
▲솔직히 후회했다. 나와 가족이 상의해 내린 결정이었지만 조금 지나선 학교에 갔으면 했다. 친한 친구가 일찍 투어에 왔다가 실패한 것을 보며 모든 면에서 준비가 됐을 때 투어에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프로전향 후 3번째 도전에서 Q스쿨을 통과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처음 두 번 떨어지고 아시아투어로 가서 경험을 쌓게 된 것이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 그럼에도 불구, 투어 첫 해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이유는.
▲나는 환경이 좋았다. 가족 전체가 한 마음으로 나를 성원해줬고 무엇보다도 정말 대단하신 아버지가 계셨다. 골프의 기술적인 측면은 물론 정신적인 측면에서 어버지께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아버지 말씀을 듣다가 “우리 아버지 천재 아니신가”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두 번째는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이고 3번째는 노력이다. 많이 노력하니까 하나님도 도와주신 것 같다.
- 1에서 10까지 스케일로 올해 자신의 성적을 평가한다면.
▲어려운 질문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9점 정도이고, 내 욕심을 기준으로 한다면 7점을 주겠다.
- 오프시즌 계획은.
▲사실 오는 8∼9일 피닉스에서 ‘타미 바하마스’라는 이벤트대회에 출전한다. 미국 대 인터내셔널의 팀 대결로 펼쳐지는데 이안 풀터, 폴 케이시, 데이빗 하워드 등과 인터내셔널 팀으로 나서고 미국팀에선 채드 캠블, 행크 키니, 크리스 라일리, 잭 잔슨이 나선다. 1월중에 TV로 녹화 방송될 것이라고 한다. 12월말에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첫 PGA투어 주최대회인 코리아골프챔피언십에 출전할 예정이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