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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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의 위임통치

2004-11-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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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났으니 화합하자고 한다. 그러나 당분간 그럴 수 없다고 본다. 부시는 자기편이 옳다는 말을 삼가야 한다. 그는 신이 그렇게 했다고 한다. 부시는 케리만을 오류라고 규정하지 않았다. 케리의 지지자 모두를 악마처럼 만들었다.
미국은 지지분포에 따라 적-청 대립 구도다. 마치 국경을 마주 대하는 이란과 이라크 사이 같다.
부시는 미국을 하나로 뭉치게 하겠다고 해놓고 이러한 대립구도를 즐기는 것 같다.
줄기세포 연구, 낙태권, 동성애자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악마처럼 여기는 400만 보수 기독교도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신에게 감사,’ ‘총기는 예스, 동성애는 노’라는 스티커를 볼 수 있다.
케리의 패배인정 연설은 국민 모두에게 화합을 강조했다. 물론 그래야 한다. 그러나 미 동부의 엘리트들은 그들이 머리만 있는 게 아니라 영혼과 가슴도 있음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것이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일이다.
부시는 2000년 대선 때 가까스로 승리해 놓고도 마치 신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은 왕처럼 행동했다. 지금 그는 51%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과연 그는 이것을 어떠한 위임장으로 생각하겠는가. 부시가 재임 기간 중에는 좀 더 성숙한 자세로 국정을 이끌 수도 있다. 그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생각하지 않고 말이다.
케리는 클린턴이 성공한 것처럼 부동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유도하는 데 실패했다. 남부, 그리고 침례교도들 말이다. 케리는 매우 진지하고 인물이고 야망이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는 매우 신앙심이 깊다.
그러나 케리는 부시가 애용하듯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이란 이분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카톨릭이면서 카톨릭 신도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이틀 전 케리는 패자가 됐다. 그는 일장연설에 능하지만 패배 인정 연설에서는 목이 잠겼다. 우리는 그의 가슴이 뛰는 것을 안다. 이미 늦었지만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듣는다.

마가렛 칼슨/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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