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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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맛의 민주주의

2004-11-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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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는 패배 인정 전화에서 부시에게 나라가 갈라졌으니 단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부시는 분열을 위험으로 여기지 않는다. 필요한 호위병 정도로 간주한다.
부시는 공포, 불 관용, 무지, 종교적 지배 등을 들먹여 나라를 갈라놓는 방법으로 재선됐다. 그는 이러한 분열로 득을 보았다. 그러니 결코 그 치유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부시는 종교적 보수주의자들을 부추겨 이라크 전쟁을 수행했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는 거짓 증거로 우리를 전쟁으로 몰아넣고 미군을 아무 도덕적 명분 없는 전장에 가둬놓고 이제는 도덕적 가치 때문에 이겼다고 강변한다.
부시는 겸손해지겠다고 한다. 허튼 소리다. 4년 전 선거 승리 후에도 그렇지 않았는데 어떻게 앞으로 그렇게 하겠는가.
체니 말대로 광범위한 전국적 승리를 거두었는데 말이다. 부시가 화합을 내세우는 동안 공화당원들은 알래스카 유전을 캘 것이고 세제를 개편할 것이다.
이라크 사태도 밀어붙일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자신의 이라크 정책을 지지한 것으로 여겨, 만일 이라크의 팔루자를 쓸어버려야겠다는 판단을 내리면 그대로 할 것이다. 그러나 더 많은 저항세력을 죽일수록 그 수는 더 늘어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딕 체니는 부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경제가 살아나고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에 확신을 심어준 대통령”이라고 칭송했다. 부시가 이라크 전쟁으로 체니가 경영하던 핼리버튼사를 살찌운 것은 사실이다. 또 세계 대다수 국가를 소외시킨 미국의 외교정책을 평가하면서 떠올리는 단어가 ‘확신’일 수는 없다.
체니는 자신이 입맛에 맞는 민주주의를 만들고 있다. 일당이 나라의 모든 권력을 주무르는 그런 민주주의, 하나의 방송사가 모든 TV를 장악하는 그런 민주주의, 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는 그런 민주주의, 한 회사가 이라크 수주계약을 독점하는 그런 민주주의 말이다.

모린 다우드/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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