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온 국민의 지도자 돼야

2004-11-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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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치열했고 나라는 둘로 갈라졌지만 이제 선거결과가 나왔고 승패가 판가름났다. 우리가 할 일은 이제 조지 부시 당선자를 당당한 미국의 지도자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동안 국론은 분열양상을 보였다. 부시는 국민 모두의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유권자들은 전국 곳곳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주권을 행사했으며 선거가 깨끗하게 마무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당파주의와 편가르기는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도덕적 신념과 개인적 또는 국가적 안보상황에 대한 인식차이는 어떤 방법으로도 봉합할 수 없었다.
전쟁, 테러와 경제불안에 대한 걱정은 대체로 진보적인 도심 유권자와 보수적인 시골 유권자들의 첨예한 시각 차를 노정했다. 9.11 이후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했던 국민적 공감은 초당적이고 항구적인 애국심으로 승화하지 못하고 당파적으로 활용된 정치적 카드로 전락하고 말았다.
공화당은 연방 의회를 더욱 공고히 장악했다. 그러나 부시가 다음 임기 동안 진정으로 국민 전체를 포용하는 정치를 펴려 한다면 협력과 상호 존중의 자세를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정치적 마비 상태를 경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 결과는 부시의 승리 원인과 케리의 패인을 잘 보여준다. 부시 지지자들은 도덕성을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전쟁, 테러, 경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라크 사태가 꼬이는 것을 대다수 국민들이 인정하면서도, 경제가 엉망인데도, 의료보험료가 올라가는데도 부시를 찍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민주당은 미래의 선거에 대비해 이러한 정서를 깨달아야 한다.
국내문제는 산적해 있다. 소셜시큐리티, 세금, 동성애 문제 등 간단한 문제가 없다. 부시는 이러한 이슈를 다룰 때 단기적인 정치적 득실만을 따져선 안 된다. 공동선을 추구해야 한다. 또 부시는 이라크 사태를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전쟁 찬반에 관계없이 이라크 사태를 안정시키고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을 간단치 않다는 점을 직시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라크 사태가 자칫하면 전세계에 얽혀 있는 미국의 국익을 저해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새 정부는 미국의 어린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중국이나 인도와 같이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열정적으로 뛰는 나라와 경쟁에서 이기도록 해야 한다. 조국안보부 예산을 충당하기 빠듯한 상황에서 과연 이러한 교육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 지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부시는 지금 대단한 자신감에 차 있을 것이다.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겸허함을 빼놓아선 안 된다. 이런 자세야말로 온 국민을 위한 백악관의 서막을 제대로 올릴 것이다.

뉴욕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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