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프랑스의 정원 ‘ 와인의 본고장

2004-11-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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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와르 (Loire)

가장 넓은 포도주 생산지
산도 높고 찡한 맛이 특성


강변 주변은 화이트 품종
언덕 위 레드 와인 재배









와인 애호가들은 누구나 한번쯤 프랑스를 방문하는 것을 꿈꾼다. 와인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프랑스에 가서 와이너리들을 돌아보고, 와인 메이커를 비롯한 업계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고, 와인을 시음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려오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 프랑스에서도 고성이 즐비한 르와르 지방은 와인의 종류도 가장 다양하고 포도밭을 비롯한 주변 경치도 최고로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프랑스의 심장부를 관통하며 굽이굽이 흐르는 르와르강은 프랑스에서 가장 긴 강으로 르와르 지방 곳곳에 아름다운 계곡과 풍요로운 들녘을 만들어낸다. 르아르 계곡은 흔히 ‘프랑스의 정원’이라 불리며 우리에게 잔다크로 유명한 오를레앙은 사공들이 르와르 강을 통해 와인을 실어나르던 교통의 요지였다.
전설에 의하면 성 마르탱(Saint Martin)이 서기 380년에 처음으로 르와르 지방에서 와인을 만들었다고 한다. 육상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 수로 르와르 강 덕분에 와인 산업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강변에는 주로 화이트 와인 품종의 포도밭이 생성됐고, 언덕 위에는 레드 와인 품종을 재배했다.
부르고뉴와 마찬가지로 르와르 지방의 포도밭도 대부분 수도원의 소유였으며 수도승들이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을 주도하였었다. 현재 르와르 지방은 프랑스 내에서도 가장 넓은 와인 생산지역으로 꼽히는데, 총 18만5,000에이커의 포도밭이 있으며 이는 보르도의 2/3에 해당하는 넓이다.
샹파뉴와 마찬가지로 기온이 낮은 편인 르와르에서는 그 해 날씨에 따라 와인의 품질이 크게 좌우된다.
충분한 햇빛을 받은 해에는 차가운 기온이 더해주는 산도가 뛰어나고 밸런스가 훌륭한 와인이 생산되지만, 비가 많이 오고 기온이 더 낮은 해에는 풍만하지 못한 와인이 생산되기 때문에 와인 메이커들은 사탕무나 사탕수수에서 추출된 당분을 첨가하여 알콜 농도를 높이고 바디를 풍만하게 한다. 와인의 발효 전이나 발효 중에 당분을 첨가하는 방법은 종종 논쟁의 대상이 되지만, 독일처럼 날씨가 추운 지역에서는 종종 쓰이는 방법으로, 르와르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다.
기온이 낮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이 대부분 그렇듯이, 르와르의 와인도 산도가 높고 찡한 맛이 그 특성이다. 르와르 와인은 전체적으로 숙성시키지 않은 영(young)한 와인을 즐겨 마시며 가격이 비싸지 않기 때문에, 파리 사람들의 서머 와인으로 인기가 좋다. 르와르 지방에서는 거의 모든 스타일의 와인이 생산된다.
스파클링 와인,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 달콤한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 로제 등등 다양한 종류의 와인이 이 곳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르와르산 와인 중 외부 시장에 가장 잘 알려진 와인은 셰닌 블랑(Chenin Blanc)과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을 주 품종으로 한 백포도주들로, 특별히 무스카데(Muscadet), 부브레이(Vouvray), 상세르(Sancerre), 푸이-푸메(Pouilly-Fume)가 유명하다. 셰닌 블랑과 소비뇽 블랑은 샤도네(Chardonnay)와 함께 전세계 3대 화이트 와인 품종에 속하는데, 미국에서 인기있는 샤도네를 사용한 와인은 르와르에서는 생산되지 않는다.
푸이-푸메와 상세르는 소비뇽 블랑 품종으로 빚어지는 와인인데,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소비뇽 블랑 중 가장 훌륭한 품질로 손꼽힌다. (부르고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샤도네로 빚어진 푸이-푸세(Pouilly-Fuisse)와 르와르의 푸이-푸메를 혼돈해서는 안 된다.)
푸이-푸메는 강을 하나 사이에 두고 인접한 상세르와 맛과 향에 있어서 매우 비슷한데, 상세르보다 좀 더 묵직한 맛을 낸다.
부르고뉴의 멜론(melon de Bourgogne), 혹은 줄여서 그냥 멜론이라 불리는 품종으로 빚어지는 무스카데는 해산물, 특히 게, 새우, 랍스터, 굴, 조개 등의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꼽힌다. 르와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무스카데를 생산하는 곳 중 하나로 꼽힌다.
르와르를 소개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곳 중 하나가 앙주(Aunjou)이다. 앙주에서는 약간 달콤한 와인부터 매우 당도가 높은 디저트 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이 생산되며, 특히 로제 와인으로 유명하다.
앙주의 로제 와인은 약간 달콤하며 마시기 쉬운 심플한 맛이 그 특징인데, 르와르 지방이 원 생산지인 그롤로(Grolleau) 품종이 주품종이고, 그밖에 카버네 프랑, 카버네 소비뇽, 가메이 등의 다른 적포도주 품종을 블렌드하여 만들어진다.
로제 카버네(Rose cabernet)라 불리우는 와인은 카버네 프랑이나 카버네 소비뇽으로 만들어지는 로제 와인인데, 역시 약간 달콤하며 매우 우수한 품질의 로제로 꼽힌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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