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거 결과, 걱정할 필요 없다

2004-11-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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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서 4번째 계속 과반수 득표를 하는 후보가 없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1880년부터 1892년 사이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1876년에는 새뮤얼 틸든이 과반수 득표를 하고도 러더포드 헤이스에게 졌다. 제2차 대전이래 6차례 선거에서 과반수를 못 얻은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윌슨은 첫 번 선거에서 41%, 두 번째 선거에서 49%를 얻어 당선됐지만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근소한 표 차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것도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1916년 선거에서 가주 유권자가 1,771표만 달리 던졌어도 찰스 휴즈가 윌슨을 눌렀을 것이다. 1948년 선거에서 가주와 일리노이, 오하이오 네바다 주민 3만262명이 마음을 바꿨더라면 트루만이 아니라 듀이가 대통령이 됐을 것이다. 1968년 선거에서는 뉴저지와 뉴햄프셔, 미주리 유권자 5만3,034명이 표를 다른 후보에게 줬더라면 아마도 험프리가 당선됐을 것이다. 1976년에도 오하이오와 하와이 유권자 9,246명이 그에게 표를 던졌더라면 포드가 대통령이 됐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지더라도 놀랄 것 없다. 1900년이래 부시를 제외하고 18명의 대통령이 있었지만 이중에서 8년을 모두 마친 사람은 5명에 불과하다. 부시 전 42명의 대통령 중 11명만이 중임에 성공했다. 부시가 이긴다면 이는 오히려 예외적인 현상이다. 1960년 이후 대선 승자는 모두 조지아, 아칸소, 텍사스, 남가주 등 선벨트 출신이 되는 셈이다.
이번 선거는 1972년 이후 처음 전쟁 중 치러지는 선거다. 1968년 미국은 전쟁 중 지도자가 속한 정당을 바꿨다. 1944년 선거에서는 루즈벨트가 53%의 표를 얻어 간신히 이겼다. 남북전쟁 중 치러진 1864년 선거에서 대선 직전 애틀랜타 함락에 실패했더라면 아마도 링컨은 낙선했을 것이다.
메인의 2지구 선거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메인 주 전체에서는 케리가 이기겠지만 이 지역구에서는 부시가 이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메인 선거법상 이 지역구 승자는 대의원 한 명을 차지하게 된다. 일자리를 많이 잃어버린 오하이오에서 부시가 승리한다면 유권자들이 호주머니 사정에 따라 표를 던진다는 통념은 깨지게 된다.
흑인 표의 행방도 주목해야 한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시 지지 흑인 유권자는 2000년 9%에서 2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동성결혼 반대 등 부시의 입장이 보수적인 흑인 정서에 맞기 때문이다.
2002년 선거에서 부시는 남북전쟁이래 중간 선거에서 승리한 두 번째 대통령이 됐다. 올해 의회 선거에서 또 공화당이 이긴다면 장기 소수당 처지에 환멸을 느낀 민주당 의원들이 은퇴를 선언할지 모른다. 미 유권자의 16%가 상원 절반을 뽑는 현 체제는 두고두고 평등주의자의 반발을 살 것이다.

조지 윌/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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