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벌써 아프간 전쟁 잊었나

2004-10-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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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 손에 넘어가 테러리스트 훈련장이 되었는데도 방치된 상태로 놓여 있었다. 이번 주는 2달에 걸친 전쟁을 통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린 지 3년이 되는 때다. 아프간은 방금 첫 자유 선거를 치러 폭넓은 지지와 정통성을 인정받는 친미주의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이는 지난 4년 간 세계에서 일어난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변화다. 사담 후세인의 제거는 두 번째고 미국에 대한 회교도의 성전은 무시됐을 뿐 부시 행정부 이전에 존재했으므로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보다 놀라운 일은 미국의 유례 없는 승리가 일반의 의식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는 점이다. 미국인이 역사 의식이 짧다는 것은 공인된 일이지만 불과 3년 사이 아프간에서의 승리는 쉽고 이미 정해졌던 일처럼 여겨지고 있다.
2001년 미국은 아프간에 아무 정보도 군사 기지도 계획도 갖고 있지 않았다. 북부 동맹은 약체였고 파키스탄은 테러리스트를 비호하고 있었다. 그러나 9/11 사태가 나자마자 마이클 모어의 조롱을 받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파키스탄을 우방으로 만들었고 북부 동맹을 한편으로 끌어 들였으며 약간 명의 미군과 하이텍 장비를 이용, 탈레반을 섬멸했다.
부시는 두 달 사이 모든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것을 이뤘다. 광신적이고 무자비하며 주민 사이에 뿌리를 내린 정권을 대영제국과 소련도 견뎌내지 못한 지역에서 축출한 것이다. 그 후 3년 만에 민주주의를 해본 적이 없고 25년 간의 내전에 시달린 땅에서 친미 민주 정부가 탄생하게 됐다.
그런데도 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 존 케리는 놀랍게도 토라 보라에서 군벌을 동원해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하다 놓쳤다는 이유로 아프간 전쟁을 실패로 몰아붙이고 있다. 아프간 전쟁은 군벌의 힘을 빌려 치러진 것이다. 우리가 그들을 지휘해 탈레반을 무너뜨렸다. 군벌에게 전쟁을 맡겼다는 것은 동맹의 힘을 빌렸다는 것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케리 자신이 이라크 사태를 우방과 유엔에 맡기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아프간 전쟁은 이 지역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의 도움 덕에 미군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성공리에 끝낼 수 있었다. 이들이야말로 어떤 동굴에 폭발물이 설치 돼 있는지 아는 자들이다. 케리 자신도 토라 보라 작전이 진행되고 있을 때 TV에서 그런 방식으로 전쟁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케리는 자신이라며 다르게 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현 아프간 사태에 대한 논평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현 행정부가 제대로 잘 했으며 이런 방식으로 계속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표현대로 케리의 입장은 지금도 진화중이다. 이번 선거는 한 후보의 진화와 다른 후보의 결의 사이의 선택이다. 케리는 토라 보라의 실패를 거듭 강조하며 아프간을 선거 이슈로 삼고 있다.
잘 된 일이다. 당신이라면 아프간 전을 계획해 ‘수렁에 빠질 것’이란 경고를 무릅쓰고 민주화를 실현한 후보를 고를 것인가 아니면 항상 일이 끝난 후 자기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자칭 천재를 택할 것인가.

찰스 크라우트해머/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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