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포커스/김병현 대우 부당하다
2004-10-29 (금) 12:00:00
김변현이 보스턴의 조롱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보스턴이 86년만에 우승, 다른 선수들이 밤비노의 저주를 푼 영웅으로 떠 오르며 스타 대접을 받고 있는 가운데 김병현 만이 쓸쓸하게 방출자 명단에 오르며 우승잔치가 오히려 죽을 맛이다.
김병현은 올 시즌 단 7경기에 출전, 방어율 6.23에 2승1패를 기록하며 방출이 예견 됐었다. 작년 49경기에 출전, 16세이브를 기록하며 우승의 기틀을 마련한 김병현으로서는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왜 김병현 만이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가?
보스턴의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인종차별까지는 아니드라도 패자를 용납 못 하는 굳은 분위기가 김병현을 파김치로 만들고 있다. 야구할 분위기가 전혀 따라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김병현은 작년시즌 정신적으로 성숙치 못한 자세로 스스로 무덤을 파기도 했다. 그러나 패자를 용납 못하는 보스턴의 분위기도 지나쳤다.
86년 월드시리즈(6차전)에서 9회말 알을 까는 바람에 뉴욕 (멧츠)에 역전 추격전을 허용했던 빌 버크는 근 28년간 살해 위협에 시달리며 역적 취급을 받아왔다. 버크너는 올 보스턴이 우승, 역적의 사슬에서 벗어났으나 보스턴 팬들의 용서의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작년시즌 페드로 마티네즈의 경우도 다잡은 7차전에서 양키즈에 역전패 당하자 단숨에 역적으로 떠올라 도저히 보스턴에서는뛸 수 없다고 양키즈행을 공공연히 떠들고 다닌 바 있다. 올시즌 양키즈를 상대로 ‘아버지로 불러야 하나?’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마티네즈는 오프 시즌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자이언츠의 경우 작년 디비젼 시리즈에서 호세 크루즈가 평범한 플라이를 놓치는 바람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으나 단 한명도 크루즈의 실수에 화살을 퍼부은 사람은 없었다.
한 선수의 실수를 집중적으로 비난하기에는 자이언츠의 실력 에 한계가 있었고, 야구란 9명이 하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김병현이 만약 베이지역에서 뛰었다면 같은 비난이 이어졌을 까?
김병현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을 것이다. 선수옹호 차원에서 적어도 서부의 분위기는 다르다.
김병현이 보스턴에서 받고 있는 대우는 부당하다.
보스턴이 비록 86년만에 저주의 사슬을 풀고 천신만고 우승을 일궈냈으나 이 같은 선수대우 차원과 분위기 속에 얼마나 더 선전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아무튼 김병현은 일본행보다는 메이저리그에 끝까지 남아 숨은 저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