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사람들 사이

2004-10-29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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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 학기부터 아이들은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했다. 지난 여름 이사를 했기 때문이다. 개학하기 전, 아이들에게 새로운 학교에서 만나게 될 친구들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뭔지 모를 두려움이 있는 것을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5학년인 딸아이가 처음 며칠 학교를 다녀와서는 입이 잔뜩 나왔다. 사정은 이랬다. 원래 한국학교에 다니면서 알게 된 아이와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었는데, 하필 그 아이와 한 반이 되어서 영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 아이도 우리 아이를 좋아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여서, 같은 학년인 우리 앞집 아이에게 전화를 하여 가까이 하지 말라고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얘기를 전해 듣고는 분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딸아이는 인생의 어떤 위기라도 닥친 것인 양 심각했다.
우리도 그 아이의 부모를 잘 알고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기에, 아이에게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아내와 세운 원칙 한가지는, 문제를 넘어서는 아이의 자세만을 도와줄 뿐, 스스로 해결해 가도록 해주자는 것이었다. 뭔가 막연한 오해가 있는 것이 분명했기에, 먼저 대화를 청해 볼 것을 딸에게 제안했다.
그 아이에 대해 아직은 잘 아는 것이 별로 없고, 굳이 싫어할 이유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앞으로도 그런 어려움은 얼마든지 있을 텐데, 너무 마음 쓰지 말고 그 아이에게 잘 해주고, 좋아해 보라고 했다. 그리 오래지 않아서, 아이는 나왔던 입이 들어갔고, 그 아이에 대한 별 얘기가 없어졌다. 새로운 학교생활은 행복해 보였다.
아이에게 닥쳤던 관계의 어려움을 그렇게 넘어서는 것을 보면서, 아이가 조금은 성숙해진 것 같아 대견스러웠다.
언젠가, 굉장히 큰 사업을 하는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사람의 경험에 의하면, 사업 중에 가장 어려운 사업은 사람을 아이템으로 하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목사로서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사람을 아이템으로 하는 어떤 사업들이 있는지는 잘은 모르지만, 목회를 한다는 것이 늘 사람을 대하는 일이어서 쉽지가 않다. 대개는 사람과 그 사람들의 말로부터 온갖 교회의 어려움이 비롯되기 때문이다.
주위에 언제나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항상 있어서, 그 사이에 서 있어야 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어려움은 분명 목사로 하여금 새로운 그릇으로 빚어지는 기회임을 깨닫게 된다. 어려움이 없다면 인내를 배우지도 못할 테고, 올바르고 성숙한 신앙인격을 세워갈 수도 없을 테고, 진정으로 사람을 돌보는 일을 할 수 없을 것이기에 분명 그 어려움은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다. 보다 넓은 마음으로 그 모든 사람들을 품어 안고 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시는 손길을 경험한다.
어려움을 통해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 목회의 품을 보면서 이제 진짜 목사가 되어 가는가 싶다. 아마도 우리 아버지 하나님이 보실 때, 조금은 대견해 하지 않으실까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부지런히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 책가방을 끌고 뒤뚱거리며 숱한 친구들 사이로 뛰어 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김 동 현 목사
(언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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