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양키즈 전이 사실상의 월드시리즈
2004-10-28 (목) 12:00:00
역전극은 없었다.
보스턴 레드 삭스가 세인트루이스를 4전 전패로 몰아붙이고 86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차지했다.
첫 두판을 내리 이기고 싱거운 시리즈를 예고했던 이번 월드시리즈는 느낌대로 보스턴의 일방적인 승리로 결판났다. 단 한 차례의 역전극도, 단 한 차례의 리드도 지키지 못하고 카디널즈는 보스턴에 속절없이 당했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챔피온쉽 4강전에 비해 너무 쉽게 종결됐다. 비슷한 팀끼리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라미레즈-오티즈의 한방에 의존하는 보스턴과 퓨홀즈-로렌 등 거포들의 한방으로 끝장내는 세인트루이스는 장타력으로 승부하는 같은 성격의 팀들이다. 보스턴이 투수력에서 한 수 위였고 이에 맞서기에는 카디널즈의 타봉이 너무 단조로웠다.
내셔널리그에서 휴스턴이 올라왔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교타자 카를로스 벨트란과 버크맨, 베그웰등으로 이어지는 킬러 B 4인방은 보스턴으로서도 결코 만만히 볼 수 있는 적수가 아니었다. 더욱이 팬웨이 파크에 익숙한 전보스턴 로켓맨(클레맨스)과 오스월트 등 원투 펀치까지 갖추고 있어 승부를 점치기 힘들 뻔했다.
보스턴으로서는 카디널즈가 올라온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반면 카디널즈는 보스턴에 대항할 준비가 전혀 없었다. 장타력 한방에만 의존했던 카디널즈는 보스턴의 투수력에 대항할 기동력과 짠야구를 펼칠 준비가 전혀 없었다.
2차전에서도 발목 부상으로 헤매고 있는 쉴링을 상대로도 지나치게 한방에 의존하느라 쉴링의 두뇌피칭에 녹았다. 단타 중심의 소나기 안타를 퍼부으며 쉴링을 꺾었던 양키즈와는 대조적이었다.
아무튼 보스턴은 양키즈를 꺾음으로써 파죽지세의 사기를 이어간 것이 승인으로 작용했다. 카디널즈는 양키즈에 역전승으로 욱일승천했던 보스턴의 사기를 꺾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보스턴-양키즈전이 사실상의 월드시 리즈나 진배없었다. 양키즈-보스턴 두 거인들의 격돌은 양키즈가 3연승으로 자만하는 바람에서 보스턴 쪽으로 기울었으나 다시 격돌한다해도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명승부였다. 쉴링이 아닌 랜디 잔슨이라고 해도 양키즈의 호화타선은 여전히 무서운 상대다.
이번 월드시리즈의 MVP는 라미레즈(1홈런, 7안타 4타점)에 돌아갔지만 숨은 공로자는 단연 쉴링이었다. 2차전 쉴링의 살신 투혼이 카디널즈의 추격전에 쐐기를 박았으며 보스턴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