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기자
월드시리즈가 싱겁게 마무리될 전망이다. 레드삭스가 3연승, 역전도 드라마도 없이 싱겁게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제 남은 일은 세인트루이스가 막판 4연승을 거두며 불가능한 역전극을 이루는 길 밖에 없다.
레드삭스가 ALCS에서 양키즈를 상대로 막판 4연승, 기적같은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으나 이같은 기적이 두번 다시 일어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세인트루이스는 페드로 마티네즈가 등판했던 3차전이 고비였다. 패드로에 패함으로써 사실상 카디널즈는 더 이상 저항할 투지를 상실했다.
카디널즈가 보스턴의 예봉을 꺾는 길은 쉴링과 원투 펀치를 이루고 있는 마티네즈를 꺾는 길 밖에 없었다. 마티네즈만 넘어서면 쉴링이 부상으로 출장이 불투명, 한번 해볼만했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의 방망이가 주눅이 들어 전혀 돌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의 3연패로 이제 카디널즈의 남은 일은 90년 묵은 밤비노의 저주를 푸는 역사적인 일에 들러리서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우승 일보 직전에 올라선 보스턴은 이번 시즌 쉴링을 영입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정규시즌에서 양키즈와 호각지세를 이루다 비록 와일드카드로 밀렸으나 보스턴을 우승후보에서 제외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쉴링 덕에 양키즈보다 투수력이 나아졌고 타선도 한번 해 볼만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강 보스턴도 약점은 있었다. 쉴링에 지나치게 의존, 페드로의 빛이 바랬고 쉴링의 부상으로 보스턴은 살얼음판 플레이오프를 이어올 수 밖에 없었다. 양키즈를 꺾은 것도 천운이었다.
월드시리즈에 올라서도 보스턴은 첫 2경기에서 무려 4차례씩 에러를 범하고도 2경기 모두 이기는, 운도 따라줬다.
3차전도 페드로의 초반 난조로 이길 수 있는 경기가 아니었으나 1회말 1사 만루에서 카디널즈가 조급하게 서두르는 바람에 더블 플레이로 이어진 것이 페드로의 사기를 북돋았다.
반면 카디널즈는 1차전 타격전에서 패한 뒤 사기가 급격히 꺾였다. 사실 이번 월드시리즈는 타격 전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1차전에서 11-9로 밀리자 카디널즈는 더 이상 싸울의지를 상실하고 말았다. 이번 시리즈는 타격전에서는 카디널즈로서도 한번 해볼만했다. 그러나 1차전을 놓침으로써 쉴링과 마티네즈가 등판한 2,3차전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며 3연패 수렁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물론 카디널즈에게도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쉴링과 마티네즈를 모두 소진한 보스턴을 상대로 나머지 4,5차전에서 타격전을 전개하는 일이다. 카디널즈가 4연패로 주저앉기에서는 워커, 퓨홀즈, 에드몬튼등으로 이어지는 방망이가 너무 아깝다. 카디널즈는 최소 4,5차전을 건져서 체면을 유지하고 6차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9회말 마지막 아웃이 선언될 때 까지는 승부는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