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나온 여론 조사 결과 가장 중요한 특징은 케리 지지자들이 부시 지지자들보다 이번 선거가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뉴스위크 조사에 따르면 37%의 케리 지지자가 이번 선거가 역사상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반면 부시 지지자는 27%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 케리 지지자의 40%가 이번 선거가 대부분의 선거보다 중요하다고 믿고 있으나 이렇게 생각한 부시 지지자는 35%에 불과했다.
이는 부시가 자기지지 기반을 다지는 것보다 민주당 반대파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는데 더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부시 지지자들은 이런 현상을 비합리적인 ‘부시 증오’의 탓으로 돌리고 마치 많은 유권자들이 정신 이상자나 되는 것처럼 취급한다. 90년대 내내 클린턴에 대한 증오가 애국심이라고 떠벌리던 라디오 토크쇼 호스트들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은 이상하다.
그러나 이는 예견된 현상이다. 부시에 대한 반감을 비이성적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은 올 선거의 핵심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부시에 대한 열렬한 반대는 합리적이다. 그 열기는 부시가 자기 정책 반대자들을 비하하는데 따른 당연한 반발이다. 그에 대한 비판은 마이클 모어 팬이나 극좌파에 국한돼 있지 않다. 중도적 공화당원들도 부시의 재정, 사회, 외교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반대 열기가 높은 것은 부시가 테러에 대한 공포를 집권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부시 반대자가 멍청이가 아니라는 증거의 하나는 뉴요커와 뉴리퍼블릭, 네이션 같은 다양한 성격의 잡지가 케리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부시가 재선됐을 때의 위험을 진지하고 논리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들 잡지를 읽어보면 케리 지지자들이 왜 이번 선거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믿는지 알게 된다. 이들 잡지도 잡지지만 왜 온건파들이 부시의 재선을 우려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부시의 과도한 감세로 인한 재정난이다. 또 하나는 대법원이 우파 성향의 법관으로 채워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거기다 부시의 반 환경, 반 노조, 애국법을 포함한 반 인권 정책, 그리고 이라크에서의 무능함이 모두 걱정거리다. 전쟁 지지자 가운데서도 부시가 이라크 사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사람이 많다.
중도파가 우려하는 것 중에는 두 가지 큰 줄기가 있다. 하나는 부시가 9/11 사태로 한데 뭉쳤던 국론을 분열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2002년 9월 공화당의 중간 선거 승리를 위해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했던 상원을 보고 “미국 안보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상대방이 안보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들이 반역자라는 말인가.
다른 하나는 부시 행정부는 집권자의 책임을 묻는 것이 선거의 요체라는 것을 흐리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는 점이다. 부시는 이라크에서의 계산 착오와 감세로 인한 재정난, 전쟁 전 허위 정보가 아니라 케리와 테러의 공포를 이번 선거의 초점으로 삼으려 하고 있으나 이는 떳떳한 방법이 아니다.
그것이 온건파와 독립 성향의 유권자들이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기를 꺼리는 반면 케리 동조자들은 열렬히 그에게 성원을 보내고 있는 이유다.
E. J. 디온/ 워싱턴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