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치 노점 - 예술가들 추첨제로 자리 배정
2004-10-27 (수)
무질서·소음탓
공짜장사 시대 끝
조례안 표결에 부쳐
남가주에서 특별한 볼거리, 탈거리가 없는데도 매 주말 100만여의 관광객이나 인파를 끌어 모으는 관광지가 있다면 단연 베니스 비치를 꼽게 된다.
베니스 비치의 특징은 무명 음악가나 미술가, 묘기 시범자들이 바닷가 산책로 서쪽에 판을 벌이고 기기묘묘한 백태나 탤런트를 연출한다는 것이고 또 그를 엿보고 맛보기 위한 호기심족들이 속속 몰려든다는 것이다.
그같은 무명 예술가와 잡화행상, 묘기 보유자들이 모여들 수 있는 여건은 100년 전통의 ‘자릿세나 세일즈 택스 무료 지대’였다. 산책로를 사이에 둔 동쪽의 가게나 행상들은 비싼 렌트를 내고 장사하는데 반해 서쪽은 누구나 먼저 오는 사람들이 장소를 차지하고 행상할 수 있기에 타주나 외국인들까지 앞다퉈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소 스왑밋이나 재래시장, 곡마단 같은 혼잡스럽고 재미있는 분위기를 지녔던 베니스비치가 이제는 다소 달라질 전망이다. LA 시의회가 공짜 행상이나 좌판을 허가제 및 추첨제로 바꿔 통제할 수 없을 정도가 된 베니스비치를 정리한다는 조례안을 오는 27일 표결에 부치게 됐다.
시의회에 제출된 조례안에 따르면 앞으로 이곳에서 점판을 벌이거나 묘기나 그림, 노래, 연주를 하면서 돈을 벌어들이려는 사람은 25달러의 평생 허가증을 사고 매달 실시되는 복권추첨에 참여하여 한달 동안 자리를 차지하는 행운을 뽑아야 한다.
LA시가 공짜라는 맛에 몰려드는 행상들과 홈리스들 때문에 새벽부터 온 동네가 소음으로 가득 차고 이들의 자리잡기 투쟁 때문에 크고 작은 싸움 등이 벌어지며 게다가 같은 아이템을 싸구려로 파는 바람에 기존의 상권이 크게 타격을 받는다는 진정을 숱하게 접수하면서 이같은 조례를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이 조례의 내용에 대해 그동안 세금 한푼, 렌트 1전도 안내고 수십년간 자리를 차지해 왔던 단골행상이나 점쟁이, 무명 예술가들은 물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하는 불필요한 침해’라며 그같은 악법이 통과되고 시행된다면 “베니스 비치라는 명물을 사라지게 하고 관광객들의 발길을 끊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정투쟁을 벌여서라도 그를 저지하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시당국이나 또는 이 조례안 통과에 앞장서고 있는 신디 미시코프스키 시의원 등은 새로운 조례는 무료로 자리를 빌려주는 정책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상행위를 단속하고 주변을 정리함으로써 주민 및 기존 상권과의 불협화음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