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란의 핵 위협

2004-10-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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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사태가 소위 위험국가들에 대한 세계 강국의 입김을 약화시켰는지 궁금하다. 이란의 핵 문제는 논란의 핵심이다. 이란 지도부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종용에 대해 덤덤하다.
영국의 전략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과 북한은 미국과 이라크 사태를 지켜보면서 핵무장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고 있다. 강대국은 더 이상 단합된 힘을 보일 수 없으며 공동의 무력행사를 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는 다시 한번 연합된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하는데 미국은 발을 빼고 있다.
이번에 마지막으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다가 만일 효과가 없으면 그 땐 보다 강력한 응징을 할 수 있다. 유럽 지도자들은 비엔나 회의에서 이란에게 핵 프로그램 포기의 대가로 합당한 에너지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란이 이 제안을 거부하면 유럽과 미국은 유엔안보리의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다. 이란은 즉각적인 답변을 주지 않았다. 미국의 대선이 코앞에 닥쳤으니 그럴 만도 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차기 대통령과 유럽지도자들이 이란의 대통령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절대로 설렁설렁 넘어가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 말이다. 이란은 이미 한차례 유럽과의 계약을 깼다.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실권을 쥐고 있는 이란 성직자들이 유럽의 미온적인 태도와 분열된 모습을 목도한다면 핵 개발을 지속할 것이 자명하다. 결과는 재앙이다. 이란의 핵무장은 중동지역의 무기경쟁을 촉발할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핵무기를 포기할 아무런 이유도 없게 된다.
유럽이 똘똘 뭉쳐 이번 사안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이라크 전쟁에서 독불장군 식 결정을 내린 미국으로서도 이번에는 유럽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유럽이 당근 뿐 아니라 몽둥이도 함께 구사할 의사가 있음을 보이면 부시 행정부도 유럽에 손을 뻗을 것이다.
뉴욕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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