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밤비노의 저주는 없었다’

2004-10-21 (목) 12:00:00
크게 작게

▶ 챔피온쉽 시리즈 낙수


보스턴이 3연패 뒤 4연승을 거두며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기적을 일구어 냈다.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 역사상 3연패 뒤 4연승을 거둔 팀은 보스턴이 유일. 더욱이 대 양키즈를 상대로 3연패 뒤 부활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4차전 경기를 연장 12회 승리로 이끌며 기사회생한 보스턴은 5차전 마저 연장 14회 끝에 승리,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부상으로 시즌이 끝난 것으로 보였던 쉴링은 인대를 꿰매는 특수 시술로 살신 투혼, 6차전 경기를 승리로 이끌고 보스턴을 사지에서 구해냈다.
역사에 회자될 이번 ALCS는 그 무엇보다도 쉴링의 살신 투혼이 볼만했다. 쉴링은 이번 ALCS에서 단 2차례 경기밖에 등판하지 않았으나 보스턴의 쉴링과 양키즈의 로드리게즈와의 대결은 오프 시즌 때부터 화제를 모았던 뜨거운 감자였다.
양키즈가 쉴링을 대처하기 위해 영입했던 로드리게즈는 4,5,6,7차전 양키즈에게 가장 중요했던 순간에 물방이로 물러나며 2천만불 사나이의 몸값을 해내지 못했다.

반면 쉴링은 비록 1차전에서 발목 부상으로 6실점 당하며 보스턴의 3연패를 주도했으나 6차전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를 건져내며 보스턴에 월드시리즈 진출권을 안겨줬다.
사실 이번 보스턴의 우승향방은 쉴링이 쥐고 있었다고 했도 과언이 아니었다. 양키즈는 3연승에 자만하여 쉴링 공략에 철저히 대비하지 못한 것이 통한의 패인으로 이어졌다. 특히 2천만불 사나이 로드리게즈는 4차전 4-2로 리드하던 상황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순간에 자만에 빠져 3진으로 물러나는 등 양키즈를 실망시켰다. 1사 주자 3루 에 두고 3진 아웃으로 물러난 것은 적어도 양키즈를 이끌어가고있는 스타의 모습은 아니었다. 더욱이 6차전에서 1루 수비수의 글러브를 고의로 쳐내는 등 야비한 모습으로 팬들을 실망시켰다.

보스턴은 쉴링의 살신 투혼도 빛을 발했지만 쉴링의 부상으로 배수진을 치고 덤벼든 것이 결국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이번 AL 챔피온쉽 시리즈는 결코 보스턴이 이길 수 있는 시리즈가 아니었다. 4차전만해도 천신만고 연장전 끝에 승리를 낚았고, 5차전에서도 주자 1루에 두고 양키즈가 연장전에서 날린 결정적인 2루타가 팬스를 넘어가 그라운드 룰 2루타로 돌변하지 않았다면 경기는 이미 끝난 상황이었다. 운도 따라줬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정신력으로 무장된 보스턴의 투혼이 보상받았다. 4,5차전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은 보스턴은 결국 쉴링의 부활투로 양키즈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며 90년 묵은 ‘밤비노의 저주’를 말끔이 씻어냈다. ‘스타’보다는 정신력의 승리를 보여주었다.
양키즈는 올 로드리게즈와 셰필드를 영입, 날개까지 달았다고 자부했으나 우승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정훈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