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왜 케리인가

2004-10-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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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후보는 자신에 대한 지지보다 부시에 대한 반대를 캠페인 이슈로 삼아왔다. 그러나 지난 1년 간 그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그가 단지 현직 대통령보다 나을 뿐만 아니라 훌륭한 지도자가 될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믿게 됐다. 그는 폭넓은 지식과 뛰어난 사고력을 지니고 있고 사정이 바뀌면 결정을 재고하는 탄력성도 갖추고 있다. 그의 월남전 참전은 한때 과대평가 됐다 평가절하 되고 있지만 그는 일생을 공직을 위해 봉사한 사람이다.
이번 선거는 부시의 실정에 대한 심판이다. 4년 전 연방 대법원의 도움으로 대통령이 된 부시는 중도적 입장을 지킬 것이란 예상을 깨고 극우파적 정책을 폈다. 그는 민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애시크로프트를 법무장관에 앉히고 우파 판사들을 계속 지명했다. 그는 줄기 세포 연구를 제한하는가 하면 소수계 학생의 대학 입학 특혜에도 반대해 왔다.
미국이 불황에 빠지자 일자리 창출에 신경을 쓰는 대신 부유층 감세에 열을 올렸으며 그 결과 소셜 시큐리티와 교육 개혁에 필요한 재원이 고갈됐다. 그는 공화 민주 양당의 공동 관심사이던 환경 문제를 등한시하고 산업체들의 이익만을 대변해 크리스티 위트먼 환경 보호청장은 결국 사임하고 말았다.
9/11 사태를 겪은 미국민들은 부시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따랐을 것이다. 그는 또 다른 감세와 이라크 전을 요구했다. 전쟁을 앞둔 상태에서 또 세금을 깎겠다는 것은 그의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준다. 그는 미국에 들어오는 화물의 90%가 검사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에 대한 예산 배정보다는 감세를 고집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이유로 미국인들이 오랜 기간 변호사 접견 없이 구금되는가 하면 법무부는 전쟁 중 포로 학대를 금지하는 규정을 무력화시키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벌어진 고문 사진을 본 사람들은 인권 보호의 모범을 보여할 미국이 이런 지경에 이른데 충격을 금치 못했다.
감세처럼 부시의 사담에 대한 집착은 정책이라기보다 고집 같아 보였다. 그는 이라크와 알 카에다와의 아무런 연관 증거가 없는데 이라크 전을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미국인들에게 주장했다. 사담이 핵 개발 직전에 있다는 증거 또한 조작된 것임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분노는 이제 전후 처리 미숙에 대한 경멸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화를 시도했던 온건 아랍 지도자들은 미국과의 연계를 이유로 지탄받고 있으며 이란과 북한 등 깡패 국가 지도자들은 미국의 침공을 예방하는 길은 핵 개발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부시는 감세를 하면서도 공화당 주도의 의회가 대대적인 지출을 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 그가 재선돼 이런 무책임한 지출이 계속될 경우 미국 경제는 위기에 빠질 것이다. 케리는 이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다. 그는 양당의 협조를 구하는 자세를 갖추고 있으며 민권 보호와 줄기 세포 연구 지원에 앞장설 것이다. 그는 국제 무대에서 일방주의보다 다자간 협력을 추구할 것이다. 우리가 열광적으로 케리를 지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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