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제에만 주력해 온 내가 외교 문제를 주로 다루게 된다면 그것은 운명의 아이러니일 것이다.”
이 말은 2001년 조지 부시가 아니라 1913년 우드로우 윌슨이 한 말이다. 13일 토론은 마침내 교육과 세금 등 국내 문제에 유권자들의 관심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7,700만에 달하는 베이비부머가 은퇴할 때 이들에 대한 복지 혜택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점이다.
두 번째 토론에서 부시는 “리버럴”이란 단어로 케리를 공격했다. 1991년 “나는 리버럴이며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선언했던 케리는 “레이블은 의미가 없다”며 슬쩍 피했다. 보수적이며 작은 정부를 선호하는 유권자를 상대로 큰 정부를 주창하는 리버럴인 케리는 정부 최고 관리인 자신이 정부로 하여금 집행하게 할 의료 개혁이 정부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부시가 케네디를 그와 연결시키려 하자 케리는 부시가 책임 있는 연방 재정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측면 공격했다.
수요일 토론에서 연방 법원을 바꾸어놓을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없었다. 재선한 대통령은 연방 법원 판사의 절반을 바꿔놓는 것이 보통이다. 부시는 이미 그 1/4을 교체했다. 그러나 그는 카터이래 처음 단 한 명의 대법원 판사도 갈지 않은 대통령이 될 예정이다. 마지막 대법관이 바뀐 지 10년이 지났다. 부시가 재선된다면 대법관 교체가 큰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80세고 대법관 평균 연령은 70세다.
설득으로 자기 주장을 펼 능력을 잃은 리버럴리즘은 소송으로 이를 이루려 한다. 민주당은 선거에서 지자 이제 법원을 입법부로 이용하고 있다. 1992년 민주당 의장이었던 론 브라운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뒤 “변호사들이 이겼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변호사 그룹과 사랑에 빠져 있다. 민주당은 법조 개혁을 막고 온갖 법을 양산해 변호사 없이 인생을 살 수 없게 만들었다. 올해 1억3,200만 달러라는 최대 정치 헌금을 한 변호사 그룹 돈의 73%가 민주당으로 들어갔다. 민주당이 공화당의 돈줄로 공격하는 석유 회사의 총 헌금액은 9월 현재 총 1,670만 달러에 불과하다.
올 선거는 베이비부머가 2008년 은퇴하기 전 마지막 대선이다. 올 대선의 승리자는 현행 복지 국가 프로그램의 어떤 변화에도 반대하는 반동적 리버럴과 그 개혁을 주장하는 보수파 중 한 명이 될 것이다.
부시 2기의 핵심은 개인이 자신의 노후를 책임지는 ‘소유자 사회’를 만들겠다는 데 있다. 부시는 소셜 시큐리티 세금 일부를 개인이 관리하도록 하고 의료 서비스나 학교 선택도 개인이 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고쳐나가겠다는 것이다. 반면 케리는 평등이란 이름으로 개인의 정부 의존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부시의 승리는 1996년 클린턴이나 1984년 레이건 때보다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4년 전 부시가 텍사스를 떠났을 때 그는 감세와 교육 개혁 등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 외교 문제가 온통 관심거리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윌슨은 첫 번째 임기 중 소득세 신설과 연방 준비제도 창설 등 업적을 이뤘다. 부시의 2기는 윌슨 1기에 못지 않게 국내 문제에 관한 한 중요한 업적을 이루게 될 것이다.
조지 윌/ 워싱턴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