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적 소유권

2004-10-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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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렇습니다

최근에 나는 ‘지적 소유권’이라는 발상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여 본 적이 있다. 음악계통에 종사하는 연예인들을 대표하는 한 변호사가 대학생들이 인기 가수들의 음반을 복사하는 것에 대한 법적인 문제점을 토크쇼에서 말하였다.
그는 음반을 복사하는 사람들을 ‘범죄자’라고 불렀고 그들의 행동이 물건을 훔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음반을 복사하는 행위는 누구나 ‘도둑질’하는 행위로 아는 사실이기에 범죄로 취급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 변호사는 성경구절 십계명에 “도둑질하지 말라”고 한 것처럼 음반 복사행위가 도덕적으로 범죄라고 단정하였다. 나는 그가 말하는 것처럼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구치 핸드백, 롤렉스시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즈, 또는 유명 CD를 길거리에서 터무니없이 싼값으로 파는 상인들을 볼 수 있다. 멕시코에서도 동부 유럽에서도, 아프리카에서도 가짜 유명 브랜드 상품을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80년대 미국에서 폴로 티셔츠나 나이키 운동화가 비쌌을 때 한국 이태원에 가면 몇 배나 싼값으로 살 수가 있었다.
어찌된 일인가? 미국 사람들만이 “남의 것을 도둑질하지 말라”는 말을 진실로 받아들인다는 말인가? 세계 인구가 60억이 넘는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지갑을 소매치기하는 것이 도둑질이라는 것을 안다.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 어긋난 행동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지적 소유권 위반행위는 도둑질과 같다고 하는 데는 의견이 분분하다. 왜 그럴까?
‘지적 소유권’이란 간단히 말하면 판권이나 특허권을 말한다. 서방세계 시장경제가 저작권이나 특허권으로 아이디어를 보호하게 된 것이 불과 몇 세기밖에 되지 않는다. 발명 특허법 같은 아이디어 보호법은 시장경제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시대 시장경제에서는 아이디어가 상품이다. 시민들이 특허권이나 판권을 존중하여야 하여야 한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과 물건을 훔치는 것이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동일한 행위인가?
모세가 “도둑질하지 말라” 계명을 주었을 때 남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포함하였는지 궁금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현명하기로 이름난 솔로몬 왕도 이웃 나라의 잠언을 빌렸다는 것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솔로몬은 잠언을 빌렸다고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 언급할 필요조차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조지 프레더릭 헨델이 메시아를 작곡하였을 때 그 역시 같은 시대에 활동하던 다른 음악가들의 곡조를 빌려서 재 작곡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옛날 발명가들이나 작곡가들, 그리고 저자들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그들은 서로 아이디어를 빌려가면서 창작활동을 하였던 것을 볼 수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세상은 이런 식으로 돌아갔다. 아니 아직도 대부분의 세상은 이런 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어떤 한인친구들은 ‘지적 소유권’ 위반에 크게 부담 받지 않고 위반하는 것을 본다. 비디오 테입이나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복사하여 친구들에게 빌려주기도 한다. 심지어 교회 목사들도 교사들도 음악이나 글을 복사하여 성도들에게 나누어주면서 사용하기도 한다.
내가 아는 선생 한 사람은 교과서를 복사하였다는 이유로 거의 해고당할 뻔했다. 이처럼 책을 복사하여 사용하는 나의 한인 친구들이 도덕성이 결핍되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지만, 판권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도덕성으로 통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게 된다. 지적 소유물은 시장경제에서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시장경제의 수익자로서 우리는 저작권과 특허권의 규칙을 따르면서 법칙을 위반하지 않도록 하면서 살아야 한다.
혹시 당신이 이 글을 친구에게 보낸다면 나의 이름과 한국일보 신문 이름을 반드시 포함하기를 바란다. 이 칼럼은 필자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허나 당신이 나의 동의 없이 이 글을 사용하였다고 당신이 도덕성을 잃은 사람이라고 한다면 이 얼마나 단순한 판정인가.

<교육학 박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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