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선택 2004-대선후보 1차 토론

2004-10-02 (토)
크게 작게
팽팽한 대결

부시 대통령과 케리 후보간의 첫 대결은 외교 정책이란 중요한 문제에 관한 두 후보의 입장을 어느 정도 분명히 했다. 두 사람간의 직접적인 의견 교환을 막도록 한 규칙에도 불구하고 사회자의 현명한 진행으로 이라크와 북한, 이란의 위협, 동맹 관계, 테러와의 전쟁의 의미에 관한 날카롭고 진지한 논쟁이 벌어졌다.
대통령과 도전자 모두 강하고 때로는 열정적으로 말했다. 부시는 케리의 주장이 “터무니없고 웃긴다”고 깎아 내렸고 케리는 부시가 판단을 잘못 했으며 미국민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고 공격했다.
두 후보 모두 앞으로의 계획보다는 과거 행동에 관해 의견을 달리 했지만 논쟁의 초점은 이라크였다. 부시는 강력하게 전쟁의 정당성과 그 결과를 옹호했으며 케리는 그 결정과 전쟁의 수행 과정을 통렬히 비판하고 자신이 보다 유능한 군 통수권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케리는 자기 입장을 변호하기가 때로는 힘들었다. 그는 전쟁이 실수요 한눈팔기라고 했다가 나중에 이라크 파병 미군이 실수로 죽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에 쓰여진 돈은 고령자 처방약 비용으로 쓰는 것이 나았다고 했다가 “철수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기자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시는 효과적이고 끈질기게 이런 “혼돈스런 메시지”를 공격하고 이런 헷갈리는 메시지를 보내는 대통령은 미군이나 동맹국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없다고 케리를 비판했다. “동맹국들에게 뭐라 할 것인가. 심심풀이나 함께 하자 할 것인가”라고 그는 물었다.
이에 대해 케리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진짜 테러와의 전쟁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오사마와 벌여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불과 얼마 전까지 만도 케리는 사담 후세인은 미국이 무시할 수 없는 중대한 위협이라고 믿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의 목표에 대한 확신은 현재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한 솔직함과는 차이가 있었다. 케리는 부시가 제대로 미군을 배치하지 못했고 전후 계획도 세우지 못했으며 실수를 고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확신도 좋지만 잘못하고도 잘했다고 확신할 수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케리는 부시 재임 기간 동안 이란과 북한의 핵 위협이 증가했음을 효과적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부시도 케리도 클린턴의 실패한 외교 정책 외에 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결론적으로 두 후보는 자신과 상대방을 날카롭게 대조했다. 부시는 자신의 의연함으로 강조했고 케리는 그것이 현실과 유리될 위험성을 지적했다. 케리는 동맹과 침착한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부시는 그것이 약함으로 비춰질 위험성을 지적했다. 두 사람 다 유권자들이 다음 번 토론회를 기다려봐도 좋을 만큼 제대로 토론을 벌였다.

워싱턴 포스트 사설


승자없는 첫 토론

이번 첫 대선 토론회에서 무언가 화끈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다소 실망했을 것이다. 누구도 완승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존 케리 후보가 자신의 입장을 보다 명확하고 간결하게 밝혔다. 이라크 전쟁과 같은 핵심적인 이슈에서 조지 부시 후보를 밀어붙였다.
부시는 간단명료하게 자신의 정견을 피력하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부시는 사담 후세인이 제거돼 세계가 더 안전해 졌으며 이라크 사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시가 이러한 메시지를 반복해 그 동안 많은 유권자들로부터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있는 지도자로 인정받았고 실제 여론조사의 지지도가 이를 반증했다. 부시는 특히 부동층 유권자들을 겨냥해 이러한 전술을 반복 사용했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에서는 달랐다. 아프가니스탄에 거점을 확보한 테러조직을 섬멸하지 않고 이라크를 침공함으로써 초점이 흐려졌다는 케리의 비판에 대해 설득력 있게 반박하지 못했다.
케리는 이라크는 테러와의 전쟁과 무관하며 부시는 이라크에 평화를 창출해낼 청사진도 없이 전쟁에 돌입했다고 비난했다. 적절한 표현이었다. 한편 부시는 케리가 소신 없는 정치인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다.
이라크 전쟁을 지지해 놓고 이제 와서 딴 소리한다는 부시의 주장은 케리에겐 분명 부담이다. 케리는 이러한 거북한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묘안을 짜냈다. 부시의 공박에 대해 자신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과오를 범했으나 부시는 이라크를 침공하는 과오를 범했다며 어느 과오가 더 심각하냐고 시청자들에게 되물었다.
두 후보는 모두 토론회에서 자잘한 말실수를 저질렀다. 그러나 부시는 전쟁에 돌입한 이유에 대해 “적이 우리를 공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케리는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여객기를 충돌시킨 사람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암약하는 오사마 빈 라덴이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아니라고 받아쳤다.
한편 부시는 전쟁과 관련한 케리의 공격을 되풀이 받자 표정이 편지 않아 보였으며 몸짓도 자연스럽지 못했다. 그렇다고 케리가 완승을 거두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번 토론회 전에 우리는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토론회가 김빠진 행사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알맹이가 빠진 캠페인이었다. 유권자들은 내용 있는 캠페인에 목말라 있다. 복잡한 규정에 얽매인 토론회라 할지라도 신선한 한줄기 공기와도 같았다.

뉴욕타임스 사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