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기 투표는 안된다

2004-10-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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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일이 아직 5주나 남았고, 3차에 걸친 대선 후보 토론 중 첫 번째 토론이 오늘밤 열리지만 몇몇 주에서는 이미 투표가 시작되었다. 부재자 투표나 우편 투표가 점점 인기를 끌고 있다. 31개 주는 정당한 사유 없이도 부재자 투표를 허용하고 있다. 20개 주에서는 선거일보다 40일이나 일찍 카운티 사무실에서 투표를 할 수가 있다.
부재자 투표나 조기 투표를 지지하는 이유는 투표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내가 볼 때 이것은 대규모 부정투표의 근원이 될 수 있다.
내가 오리건에 살고 있을 때 오리건주는 투표소를 모두 없애고 우편 투표만 하자는 안을 통과시켰다. 예산을 아끼자는 이유에서였다.
1998년 가을 선거 때 나는 오리건 주 총무처 장관실로부터 발송된 총 288페이지에 달하는 3권의 유권자 팸플릿을 받았다. 투표준비를 하는데 여러 날이 걸렸고, 직접 투표를 하는데 또 한시간 여가 걸렸다.
그런데 절대로 정치적 부패의 요새라고 할 수 없는 오리건에서도 우편투표를 하자 10여건의 부정투표 사례가 적발되고 기소되었다. 부재자 투표는 투표 과정에서 2가지의 부정이 개입할 소지가 높다. 첫째는 동료 압박이다. 부재자 투표가 유행처럼 번진다면 교사노조나 총기 클럽, 혹은 교회 그룹들이 투표 파티를 열어 포도주나 치즈 혹은 맥주나 커피를 함께 들면서 단체로 투표를 할 가능성이 많다. 그렇게 되면 비밀 투표와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보다 범법의 성격이 강한 것이다. 선거가 접전일 때 서명만 한 백지 투표용지는 상당한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장 보스가 직원들에게 돈을 뿌리면서 서명한 백지 투표용지를 거둬들인 후 한꺼번에 우송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부정을 선거관리 사무소에서 알아낼 수 있을 까.
아울러 선거 막판에 중요한 사태 진전이 생긴 경우는 많이 있다. 지난 1976년 조지 부시가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적이 있다는 뉴스는 2000년 선거 5일 전에 터져 나왔다.
1980년 선거 일주일전 로널드 레이건이 국민들에게 “4년 전보다 사는 게 나아졌느냐?”는 질문을 던져 지미 카터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것은 대선 후보 토론 마지막 회에서였다.
선거운동 마지막 몇 주, 혹은 며칠을 남겨놓고 수백만 유권자들의 견해를 바꿀 큰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태러 공격이 다시 올 수도 있고, 오사마 빈 라덴이 잡힐 수도 있고, 부시나 케리가 토론에서 죽을 쑬 수도 있고, 이라크에서 대규모 살상무기가 발견될 수도 있는 일이다. 조기에 부재자 투표를 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기회가 없다.

돈 캠블/USA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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