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싱턴 찾은 추미애 전의원 컬럼비아대 로스쿨 연수중

2004-09-3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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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갈등은 세계질서 변화탓”

“(정치인으로서) 더 나은 판단을 위해 발전적인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었습니다.”
한민족포럼의 발표자로 28일 워싱턴을 찾은 추미애(46, 秋美愛·사진) 전 의원의 얼굴에선 번다한 현실 정치권을 벗어난 편안함이 묻어났다.
그는 지난 8월 뉴저지에 정착했다. 남편 서성환 변호사는 한국에 남겨두고 9학년, 5학년 두 자녀를 데리고 온 ‘기러기 가족’이다.
“뉴욕 컬럼비아대 로스쿨의 ISSO 국제대학원에서 1년기간으로 동아시아와 국제관계, 경제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는 그는 학생 추미애를 강조했다.
“이제 공부 시작입니다. 지난 한달 동안 렌트 구하고 뉴저지주 운전면허증을 따 아이들 학교 보내고 저도 학교에 갑니다. 그동안 동포들이 길을 잘 닦아놓아 한국말로 쉽게 운전면허를 땄는데 이 동포들의 힘이 바로 국력이란 걸 절감했습니다.”
그의 2004년은 1995년 국민회의 부대변인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찾아온 근 10년만의 안식년이다.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 합격한 후 춘천지방법원 판사로 재직하는 등 법조계에서 활동해온 그는 15대와 16대 국회(국민회의)에 진출, 한국 여성 정치의 최전선에서 바람을 일으켜왔다.

“지금은 생각 가다듬는 시기”
한국 정치현안 언급 피해

지난 대선에서 진로를 함께 한 노무현 대통령과 갈라선 그는 4.15 총선시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아 3보일배의 강인한 정치력을 보여주며 분투했으나 낙선했다.
그래도 정치 일선을 떠난 그를 여론조사 결과들은 한국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서 빠트리지 않는 등 만만찮은 정치적 밑천을 소유한 정객이다.
구경꾼으로 존재이전을 했지만 한국정치에 대해 할말도 많을 듯 싶지만 추 전의원은아예 입을 다물었다.
다만“정치하다 (선거에서) 떨어졌으면 그만한 책임을 져야한다”며 “국내 현안을 지켜보며 발언권이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지금은 내 생각을 가다듬는 게 필요한 시기”라고 정치적 발언이 불러올 애꿎은 구설수를 피하고싶어했다.
대신 그는 미국을 축으로 한 세계질서의 변화상과 한반도에 미칠 영향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추 전의원은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 현안에 대해 “미국의 한국에 대한 이해 폭은 좁다”고 전제한 후 “우리는 미국이 국익을 위해 한반도에 개입한다고 쉽게 생각하나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국익은 현 시점에서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단선적 판단을 경계했다. 미국 조야의 반한 분위기에 대해서는 “지금은 군사, 경제적 패권시대를 맞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발을 빼느냐, 깊숙이 개입하느냐를 저울질하는 시점으로 그들의 선택지가 넓어졌다”며 “매끄럽지 못한 한미관계는 우리가 잘못했다기보다 세계질서가 달라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미 갈등에 대해 추 전의원은 “현시기 북한이 세계 질서에 순응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실수가 우리에게 위험을 안겨줄 것”이라며 “(위기상황은) 미 대선에서의 북핵문제 이슈화와 향후 몇 달간 북한의 좁은 안목 및 경직된 자세 여부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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