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시와 토론하는 법

2004-09-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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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 앞서 존 케리에게 주는 나의 충고는 간단하다. 정치 생애 중 가장 힘든 토론에 임할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조지 부시 진영이 기대를 낮추는 수법으로 득을 보기는 했지만 사실상 그는 노련한 토론가이다.
하지만 토론가로서 그의 기록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으로서 그의 기록이다. 거기에 존케리의 진짜 기회가 있다. 정치적 기술에도 불구, 부시의 대통령직 수행은 참패라고 할 수밖에 없다. TV토론은 그 책임을 따질 시간이다. 유권자들로 볼 때 이번 토론은 다음과 같은 4가지 질문에 답을 얻을 기회이다.
오늘날 미국은 바른 코스로 가고 있는가, 아니면 궤도를 벗어나 있는가?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났으며 누구의 책임인가? 어떻게 하면 우리가 보다 안전하고 번창하는 미국을 만들기 위한 바른 길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를 그 길로 인도하는 데 누가 가장 적임자일까?
미국인의 분명한 과반수는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이라크에서의 상황이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은 여전히 살아서 미국에 적대적인 음모를 꾸미고 있다. 27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4,500만 미국민은 건강보험 없이 살고 있다. 메디케어 비용은 사상 최고치이다. 환경 보호정책은 알맹이가 다 빠져 버렸다.
케리 상원의원은 TV토론에서 부시가 일으킨 잘못된 전쟁으로 미군과 미국 납세자들이 끝이 안보이는 엄청난 부담을 걸머지게 되었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 주어야 한다. 또한 부자들에 대한 부시의 거대한 세금 감면 조치와 실업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여줄 기회이기도 하다.
아울러 케리의원은 미래에 대한 희망적 비전을 유권자들 앞에 내놓아야 한다. 이번 토론을 통해 미국이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여기까지 왔으며, 각 후보들이 당선될 경우 우리를 어디로 인도할 지에 대해 유권자들이 잘 이해한다면 미국으로서 좋은 일이다.
4년전 토론 때와 달리 부시대통령이 이번에는 약속으로만 일관할 수 없다. 업무 수행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토론에서 부시가 세금 감면으로 수백만의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던 약속, 미군을 전쟁터에 보낼 경우 임무를 분명히 완수할 수 있도록 막강하게 해서 보내겠다던 약속들을 유권자들은 기억하기 바란다. 그럴 듯하던 약속이 실패로 끝난 현실을 본다면 누군들 한숨이 안나올까.

앨 고어/뉴욕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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