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케리와 테러범이 한패 ?

2004-09-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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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들이 존 케리 대선 후보를 대통령으로 지지한다는 발상은 추악하고 어리석으며 혐오스럽다. 부시가 이러한 생각을 부추기고 있다. 부시는 케리가 적들을 뭉치게 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와해하려 든다고 비난했다.
민주주의는 비판의 힘에서 나온다. 집권자에 대한 비판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미군 희생자, 전쟁 비용, 과격해진 중동 등에 대한 이슈를 논의하면서 정부의 정책에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이 잘못이란 말인가. 민주주의를 저해한단 말인가.
부시는 9.11 이후 자신의 대처를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이를 되풀이하면서 선거 이슈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론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보다 아예 들은 척도 하지 않는 자세는 공화당의 세 가지 전략 중 하나에 기초하고 있다.
첫째, 케리의 베트남 참전에 대한 부정적 평가이다. 둘째, 반전 운동에서의 케리의 리더십 문제점이다. 셋째, 케리는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비애국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케리의 반전운동은 잘못된, 오도된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이었다. 그의 애국심에 흠집을 내려는 전략은 본말을 전도한 것이다. 이라크 전쟁과 관련한 케리의 행동은 기회주의적인 냄새를 풍기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그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부시가 제시한 증거들에 의거한 판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케리가 우리의 적들을 돕는다는 지적은 경멸하기까지 하다.
케리에 비한다면 부시는 겁쟁이다. 이는 베트남 전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지금 부시가 전개하고 있는 선거 캠페인이 그렇다는 얘기다. 부시는 그 하수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저질의 흑색선전을 모른 척 즐기고 있다. 책임을 지려고도 하지 않고 이러한 저급한 캠페인을 중단시키지도 않고 있다.
이러한 수준 낮은 발언들이 부통령, 국무부 고위관리들, 연방하원의장의 입에서 나왔는데도 초연해 할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부시는 상처를 입지 않을 것인가. 아마 그럴 것이다. 작금의 돌아가는 사정이 이를 말해 주고 있다.

LA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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