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희미해진 ‘ 미국과의 계약 ‘

2004-09-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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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350명의 공화당원들은 연방 의사당 계단에 모여 소위 ‘미국과의 계약’이라는 캠페인 선언에 대한 서명식을 가졌다. 42년만에 처음으로 연방 하원의 다수당이 될 기회를 감지한 그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뽑아낸 일련의 발의안들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균형 예산을 위한 헌법 개정, 대통령의 비토권 항목별 행사, 혁신적 웰페어 개혁, 범죄 관련법 강화, 소송 규제, 그리고 연방의원들의 임기 제한등이 그 내용이었다.
전략은 들어맞아서 그해 공화당은 54석을 더 얻어 다수당이 되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1994년의 열정은 다수의석을 지키려는 결의에 눌려 희미해졌다. 공화당 지도부는 많은 이슈에서 국민들을 향한 열의보다는 실용주의를 택하고 있고 과거 수십년 민주당이 다수당이었을 때 당한 대로 불공평하게 소수당을 대하고 있다.
연방하원 공화당은 자신들이 계약에서 내세운 75개 정책 변화 중 감세에서부터 범죄관련법 강화 등 2/3를 실현했으니 약속은 지킨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약속했던 개혁중 많은부분은 희석되었고 일부 가장 중요한 서약들은 여전히 실현되지 않고 있다.
우선은 정부 축소 선언이다. 오늘날 정부 규모는 대략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리고 연방 지출은 지난 10년간 59%가 늘어 인플레의 2배 이상 비율이다.
다음, 예산 균형을 위한 헌법 개정 약속은 연방하원을 한번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1998년부터 2001년까지 4년간은 예산이 균형을 이루었다. 경제적 붐이 일조를 했다. 아울러 클린턴과의 정치적 앙금으로 굵직한 세출과 예산 삭감들이 통과를 못한 결과이다.
공화당이 연방의회와 백악관 모두를 장악하고 있는 금년 예산 적자는 4,220억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연방의회 개혁도 말뿐이었다. 연방의회는 이제까지 면제를 받아온 11개 직장관련 법을 포기했고 위원회 의장직에 대해 임기 제한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의원들 임기 제한은 통과되지 않았다. 로비스트로부터 선물을 받는 등 이해상충에 대해 강경하던 자세도 용두사미로 끝났다.
공화당의 1994년 선언을 본받아 민주당도 지난 주 연방의사당 밖에서 6개 핵심 가치를 내세웠다. 국방, 교육, 직업창출, 책임있는 예산 등이다. 이런 선언을 통해 연장하원의 다수 의석을 되찾아 보겠다는 기대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지난 10년에서 보듯이 그런 선언들은 권력 보존에 방해가 되면 쉽사리 희생이 되어 버린다.

USA투데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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