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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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눈감은 두 지도자

2004-09-2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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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과 알라위 총리가 그린 이라크 정국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선거는 다가오고 이라크 민주화의 지평이 열리고 있다는 고무적인 표현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정반대의 양상을 띠고 있다.
이번 주만 해도 납치된 외국인들이 참수되는 비극이 전해졌고 주둔미군에 대한 공격은 하루도 쉬지 않고 있다. 자살폭탄 테러로 수백 명의 이라크인들이 사망했다. 백악관에서 알라위 총리가 말한 것과 너무도 다른 이라크 풍광이다. 이라크 시아파의 정신적 지도자인 시스타니의 발언도 상황을 어둡게 하고 있다. 알라위는 선거연기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지만 시스타니는 선거연기 필요성을 언급했다. 소수계인 시아파가 이라크 정권에서 소외된다면 선거에 동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협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지지 없는 선거는 한 편의 풍자극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과격한 젊은 종교지도자인 알사드르와 미군의 나자프 교전을 중재한 인물도 바로 시스타니다. 그런데 알라위는 나자프 사태진정에 대해 언급하면서 휴전을 성사시킨 시스타니의 노력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알라위는 이라크 18개 지역 중 15개 지역에서는 지금 당장 선거를 해도 무방하다고 말했지만 이는 수니파가 장악하고 있는 많은 도시들에 미군과 이라크 치안병력이 진입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한 것이다.
알라위는 이라크의 심각한 사태보다는 선거에 초점을 맞추었고 부시도 이라크 민주화의 길이 펼쳐지고 있다는 장밋빛 청사진만 떠올렸다. 이라크 선거를 도울 유엔 요원들이 듣기엔 현실감각이 없는 발언들이다. 송유관이 터져 나가고 전기가 끊어지고 하수가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지금의 이라크를 보는 주민들은 알라위의 발언에 눈살을 찌푸릴 것이다.
부시는 많은 미국민들이 후세인 축출 후 덜 안전해졌다고 느끼고 있는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라크가 테러와의 전장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테러가 발생하기 전 정보기관의 경고를 무시한 부시다. 이젠 비현실적인 시각으로 이라크 사태를 독단적으로 재단하고 있다. 알라위와 부시의 희망만으로 혼란이 평화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LA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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