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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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선거 연기 바람직

2004-09-2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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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시아파 지도자 시스타니는 내년 1월로 예정된 선거에서 시아파의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것을 우려한다. 계획대로 선거가 치러지더라도 상당수 수니파 성직자들이 선거보이콧을 촉구할 것이다.
시스타니 측의 입장을 잘 분석해보면 선거를 깨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아파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의도가 강하다. 선거를 연기한다고 해서 낙담할 게 아니다. 이라크의 여러 종파들이 선거를 정당하다고 인정하는 게 더욱 중요한 일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오히려 수니파의 협조가 중요하다. 이라크를 이끌 지도자를 뽑는 일도 중요하지만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이 권력을 적절하게 배분하기 위한 헌법을 만드는 작업이 더욱 중요하다. 수니파는 시아파에 비해 소수이긴 하지만 이라크 정치를 지배해왔으며 지난 18개월간 저항세력의 근간이 돼 왔다. 수니파의 협조 없이 이라크는 안정을 되찾을 수 없다.
수니파의 동참 없는 선거는 내전을 격화시킬 뿐이다. 수니파가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선거에 참여할 경우 자신들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협상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1월 선거일정으로는 촉박하다. 수니파가 마음을 잡기 위해 시간을 더 줄 필요가 있다.
이라크 다수파인 시아파의 대부인 시스타니는 이번 선거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는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또 이슬람과 민주주의가 대립각을 세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놓일 수도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물론 시스타니가 과거 이라크 정치에서 소외됐던 시아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인구비례에 의한 권력 배분이란 그의 아이디어는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줄 수 있다. 알라위 이라크 과도정부 총리는 선거를 예정대로 치를 것이라고 공언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일부 지역을 제외한 채 선거를 강행하는 것도 고려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잘못이다. 누구도 완벽한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민주화를 서두르다간 절대로 그에 이르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이라크 국민들은 우리의 침략을 요청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라크에 민주화의 여건을 조성해야 하는 빚을 지고 있다. 누구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분위기 말이다.
노아 펠드먼/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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