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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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기만

2004-09-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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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은 알라위 이라크 과도정부 총리를 주권국가를 민주화에로 이끌 지도자로 선택했다. 부시는 아마 앞으로 수주 동안 이라크 재앙을 감출 수 있을지 모른다. 언론이 잘 따라와 준다면 말이다.
알라위 정부에 정권을 이양하자 언론은 마치 전쟁에 종지부가 찍힌 것인 양 보도하더니 그 이후로는 미군 희생이 계속되는 데도 주요기사로 취급하지 않았다. 이라크 사태가 개선된다는 인상을 갖게 된 미국민은 부시에 대한 지지를 보태주었다. 부시는 지금 알라위가 진정한 지도자이며 미국이 전략적으로 패퇴했음을 숨기고 싶어할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매우 심한 것이지만 사설 군 및 정보관계자들은 이러한 주장을 수긍한다. 미군은 지금 입지가 영 말이 아니다.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지역을 제외하곤 저항세력에 맥을 못추고 잇다. 저항세력들은 바그다드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이라크 치안병력을 투입하는 일은 더욱 더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라크 주민들은, 특히 저항세력들은 이들을 미국의 앞잡이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는 자신의 측근 정보기관의 보고서에서도 암울하게 묘사한 이라크 사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는 상황이 닥치면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드러내는 꼴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알카에다는 이를 반길 것이다. 알카에다는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들을 야금야금 제거하려 들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공격 시 연합군을 충분히 모으지 않았고 이라크 재건 및 치안요원 훈련 등에 소홀했으며 선거준비도 엉망이다. 존 케리 대선 후보는 이라크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나는 케리가 이라크에 발을 들여놓지 않기를 바란다. 네오콘의 환상을 완성하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라크를 미국에 우호적인 민주국가로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이미 오래 전에 끝장났다. 부시는 대선 이후 이라크 저항세력에 대한 전면공세를 취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가전이 격화될 것이고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이 와중에 죽을 것이다. 반미감정은 확산될 게 뻔하다. 우리가 무기한 전쟁을 수행할 생각이 없다면 짐을 싸야 한다.
이라크 중앙정부가 힘이 약해 지방의 지도자들의 자치권이 커진다 해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라크에 반미 세력을 양산하는 토양이 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오히려 사담 후세인 축출 뒤 각 지역에 온건한 지도자들이 목소리를 키웠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미군을 철수하고 미국에 반기를 들지 않거나 미국에 우호적인 세력을 지원하면 된다. 설령 이라크가 친미국가가 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우리에게 위협적인 국가만 아니면 된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폴 크루그먼/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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