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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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베트남

2004-09-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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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링턴 국립묘지에는 약 30만명이 묻혀 있다. 나는 며칠 전 리처드 밴디기어 공군소위의 묘지를 찾아갔다. 그는 1975년 베트남에서 전사해 무공훈장을 받았다. 그의 어머니는 75세이다. 그녀는 아들이 어릴 적부터 병정놀이를 즐겼으며 지금 살았으면 56세일 아들을 키 크고 멋진 27세 청년으로만 여기고 있다.
밴디기어는 다른 전사자들 중 한 명이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5만8,000명의 전사자 명단 맨 뒤에 들어 있었다. 그가 마지막 전사자였던 모양이다. 나는 이것을 보면서 이라크 최후의 전사자가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밴디기어는 용감하게 전사했지만 그의 죽음은 다른 전사자들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의미를 주지 않는다. 그의 노모는 “지금도 아들이 무의미하게 전사했다”고 말했다.
전쟁은 언제나 혼란이고 재앙이다. 죽음과 고통, 씻지 못할 아픔으로 얼룩진다. 그러므로 우리가 전쟁에 돌입할 때는 진정으로 불가피할 경우에 한한다. 우리가 베트남 전쟁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 고통을 반복할 운명에 처해 있다. 이라크에서 말이다.
해병대 3명이 어제 또 피살됐다. 납치는 일상이 돼버렸다. 저항세력은 점점 증가하고 조직적이며 더욱 과격해졌다. 이라크 주민들은 하루가 다르게 미국에 대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과거 베트남 사태가 악화되자 데이빗 브링클리 기자가 닉슨 대통령에게 “왜 미군을 철수하지 못하느냐”고 물었다. 닉슨은 “나는 전쟁에서 패한 첫 미국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부시 대통령은 존슨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그랬던 것처럼 지금 이라크에 발이 빠졌다. 전쟁은 갈수록 참혹해진다. 대통령 측근의 정보 보고서에서 사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 전쟁을 승리로 이끌 아무런 계획도 없다. 문제는 패배를 인정할 생각도 없다는 것이다.

밥 허버트/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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