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유와 안보 맞바꾸기

2004-09-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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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2001년 9월11일 태양이 화려하게 떠오르는 아침나절 많은 것을 잃었다. 3,000여명의 어머니, 아버지, 아들, 딸들을 잃었다. 다소 비현실적이긴 했지만 이 나라가 난공불락이라는 믿음을 잃었다.
그후 슬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났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다른 것들을 또 잃었다. 금방 부각되지는 않지만 우리는 민권이 점진적으로 잠식되는 것을 경험해야 했다.
대통령과 법무장관은 집무 처음부터 시민의 자유에 대해 은밀하게 제약을 가하려 했다. 테러공격은 이들에게 국가안보라는 새로운 명분을 제공했다. 3년 뒤 미국의 자유는 심각하게 훼손됐다. 애국법은 정부에 조사와 체포에 대한 새로운 권한을 제공했다. 300쪽에 달하는 이 법의 조항들은 테러공격이 있기 오래 전에 이미 만들어진 것이다.
이 법은 치안 담당자들이 개인의 의료 및 재정관련 자료를 당사자 동의 없이 검색할 수 있게 했다. 공공도서관이나 서점은 연방수사국 요원이 요구하면 사용자와 고객의 독서 습관까지 넘겨주어야 한다. 요구에 불응하면 검찰에 기소될 수 있다.
연방수사국은 비즈니스나 자선단체들이 테러단체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 관련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하고 일반인의 집에서 책, 잡지, 컴퓨터 등을 압수할 수 있다. 또 교회, 사원의 멤버는 물론 잡지 구독자 명단도 확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은밀하게 설정해 놓은 기준에 따라 활동함으로써 무고한 시민들이 타겟이 돼 불편을 겪을 수 있다. 게다가 중동 출신들은 범죄 전력이 없는데도 수사 당국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공화당 전당대회 이전에 수사요원들이 반 부시 시위를 할 것으로 보이는 주민들의 집을 방문했다. 분명히 이들을 겁주기 위함이다.
LA 시의회를 포함해 전국 250개 지방 정부와 주 의회가 애국법 폐지 또는 개정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3년 전 연방의회 의원들은 애국법안 내용을 제대로 읽지 않고 통과시켰다. 많은 의원들이 이를 시인했다.
애국법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데 유용한 도구를 제공하는 점은 인정한다. 비밀스런 수사는 규제돼야 하고 보다 공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민권을 회복시킬 수 있는 의회의 조치가 시급하다.

LA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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