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은 더 안전해졌나

2004-09-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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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캠페인은 테러와의 전쟁을 대통령 선거전의 기준선으로 설정했다. 이는 체니 부통령이 케리가 당선되면 “미국이 또 한차례 테러를 당할 것”이란 발언으로 뒷받침됐다. 그러나 부시의 대 테러 전쟁의 기록을 보면 그가 선호하는 이 이슈가 그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사실 9.11 테러사건 이후 수주 동안 정부는 미국이 단합하는데 기여했고 그 이후 공격적인 정보활동에 힘입어 제2의 9.11이 발생하지 않은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대 테러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고는 할 수 없다.
부시의 대 테러전 기록에 대한 분석은 9.11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부시는 자신의 정책 때문에 미국이 더욱 안전해졌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증거들이 있다. 우선 9.11 테러 이전의 기록을 보자. 테러 전문가인 한 민주당원이 작성했으며 9.11 진상규명위원회의 최종 보고서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메모에 따르면 2001년 여름 심각한 위험 경고에 직면하여 부시는 테러예방 조치를 정부에 지시하지 않았다.
국방부 수뇌부는 중앙정보국의 경고 메시지에 무시했다. 두 정보국 관리는 이러한 사태를 우려하며 스스로 ‘옷‘을 벗었다. 밥 우드워드의 ‘공격계획’이란 책 내용에 나온 부시의 발언에도 적시돼 있다. 부시는 이 책에서 “9.11 이후 나의 태도가 달라졌다. 나는 그 전에는 상황의 절박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부시는 9.11 이후 미국이 더 안전해졌다며 선거전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논객 제임스 팰로우스에 따르면 부시는 알카에다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보다 오히려 이라크 공격 준비로 2002년을 허비했다. 이라크 국민들에게 무슨 좋은 결과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 대한 테러 위협은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군 및 민간 정보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기초로 한 팰로우스의 주장은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킨 것은 오사마 빈 라덴 생포, 알카에다 일망타진, 아프가니스탄 재건 사업으로부터 주의를 돌린 셈이 됐다.
이라크 전쟁의 최종 결과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나는 이라크 전쟁이 도덕적으로 정당하고 후세인 제거는 이라크 국민들에게 선물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전후 사정은 녹록치 않다. 전쟁으로 테러를 더욱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한 지도 모른다. 이라크 전쟁으로 테러가 감소했다고 믿는 테러전문가를 찾기 어렵다는 게 펠로우스의 주장이다.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키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면 테러위험이 더 커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라크 정정이 어떠한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는 있다. 장래 대 테러전을 올바로 수행하기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대선 후보 중 누가 대 테러전을 잘 수행할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부시의 정책이 반드시 좋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민주당 측이 보다 나은 대안을 제시한다면 부시가 즐겨 사용하는 이슈를 그의 아킬레스건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데이빗 이그내시우스/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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