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의견 : 한글학교 목적은 뿌리교육이다

2004-09-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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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 때면 학부모로부터 되풀이되는 질문을 받는다. 한국학교에서 크레딧을 준다고 하는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주말 학교에서 크레딧을 준다면 SAT II 진흥재단에서 고등학교에 한국어 학과를 늘이기 위해 애쓰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면 되느냐. 학부모로서 혼동이 된다는 얘기다.
주말 한국학교는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뿌리를 심어주자는 순수한 의미에서 출발했다. 그러한 목적으로 교회에서 혹은 지역사회 인사들이 힘을 모아 학교를 세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주말학교에서 크레딧을 준다는 선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부에선 학생모집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본말이 전도되고 있는 셈이다.
설령 크레딧을 준다고 하더라도 엄격히 말하면 고등학교 이상의 아이들에 한해 적용되는 얘기다. 그런데도 초중등학교 아이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처럼 오도되고 있다.
대학에서 인정되는 크레딧 인가도 문제다. 이를테면 어바인 교육구 학생들은 주말한국학교에서 몇 년을 공부하더라도 최고 10학점까지만 인정한다. 그것도 점수는 없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유닛을 요구한다.
UC 계열 대학에서는 SAT II 한국어 시험에 500점 이상을 맞으면 고등학교에서 2년 동안 외국어를 공부한 것으로 인정한다.
SAT II 응시자의 평균점수가 700점을 오르내리고 있느니 평소에 꾸준히 공부한 학생은 대부분 이 범주에 들 수 있다.
일단 대학에 합격한 다음에도 외국어 실력이 일정수준을 넘으면 외국어 필수를 전부 혹은 일부를 면제해 준다.
UCLA 경우 매년 약 150명 정도의 학생이 한국어 테스트를 통해 외국어 필수를 면제받는다. 외국어 공부 대신에 다른 과목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실력이다. 어디에서 배우든 실력만 있으면 된다. 대부분의 주말 한국학교는 SAT II 한국어 시험을 준비하는 기관으로 손색이 없다.
학부모들은 어느 학교가 아이들의 실력을 효과적으로 향상시켜줄 수 있는가를 보고 학교를 선택한다. 마찬가지 의미에서 한국학교 역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관심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
한국학교 목적이 무엇이었던가 되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주말 한국학교는 대학진학을 위한 준비기관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우리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문화를 전수시켜 한민족의 뿌리와 긍지를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뿌리교육이 목적이다.
한글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기서 재론할 필요가 없다. 새 학기를 맞아 한인 학부모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자녀를 한글학교에 보낼 것을 부탁하고 싶다.
정찬열/ OC 남부 한국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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