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 인권법’ 어떻게 볼 것인가

2004-09-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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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 이대로는 안된다
정호영/한민족 자유협의회 회장

최근에 미 연방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북한 인권법안’이 상원에서 9월 말 전후에 표결될 전망이다. 상원에도 아태 소분과 위원장 샘 브라운백 의원의 제안으로 본회에 상정된 ‘북한 자유법안’이 있다.
상원은 이 두 법안을 놓고 절충하여 최종 인권법안이 탄생 될 것이다. 민주당 테드 케네디의원 같은 원로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하원처럼 양당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북한동포에게 살 길이 열릴 것이다.
이 법안은 북한인권개선을 촉구하는 압력장치가 붙어있다. 인권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북한의 어떤 요구든 불허한다는 조건이다. 이제 북한은 핵 패기의 대가로 미국에게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의 동시 행동을 요구하는 통첩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왔다. 11월 2일에 누가 미국대통령에 당선되던 이 조건을 어기면 국법을 어기는 꼴이 된다.
그런데 재미 한인사회의 소수 대북 평화주의자들은 이 법안이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것” 이라는 이유로 상원의 법안통과 제지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제 동족의 참상에 우리는 너무 침묵한다는 핀잔을 받고 있는데 말이다. 하원의 ‘북한 인권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될 수 있었던 것은 북한에서 말살되는 인권사태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미 국민들의 여론이 끓어오르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김정일은 자칭 북한의 신이다. 신은 개선할 것이 없는 존재다. 개선하는 날, 그 신은 죽는다. 개선과 개방은 김정일에게는 죽음과 같아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대북 평화주의자들은 김정일도 때가 되면 나아진다고 하는 것이 문제다.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강경 노선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인민을 굶겨 죽이면서 핵무기를 만들고 자신의 우상화를 강요하는 김정일을 불신하기 때문이다. 그 악인의 손에 핵무기를 쥐어줄 수 없다는 논리다.
이제 결실의 계절 9월이 이미 찾아왔다. 통일의 길도 보인다. 통일을 소원하는 미주 한인들은 상원에서 최종 ‘북한 인권법안’이 통과되도록 지지 호소 캠페인을 벌려야 한다. 각 주의 두 연방 상원의원들에게 일반/전자 우편으로 지지호소문을 띠우자. 지난 봄에 하원의 ‘북한 인권법안’이 통과되기까지 각 계 인권단체와 교계 지도자들이 로비활동을 했다.
필자도 작년 9월에 미국 20개 주의 100여 교회와 사회단체로부터 수거한 8,600여명의 지지자들의 명단을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과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호로위츠와 디펜스 포럼의 수전 숄티 회장에게 한 권씩 전달한 일이 있다. 그들 중에 그 명단을 보는 순간 눈물이 고일 정도로 모두 고마워했던 장면을 기억한다.
13일 유대인 최대 인권단체 SWC가 주최하는 ‘북한과 인권’ 세미나와 기자회견이 ‘관용 박물관’에서 열린다. 한인들이 대거 참석, 이 법안 지지에 대한 우리의 뜻을 알리자.


반 : 숨은 의도 주목해야
김용현/ 한미 평화 협회 회장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는 인류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이상이며 목표다. 북한이라고 예외일수는 없다. 그런데 북한의 인권 상황이 극도로 열악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이미 국제 사회가 모두 알고 있는 일이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강화하기 위한 북한 인권법안이 지난 7월21일 미국하원에서 통과 된데 이어 이 달 초 상원의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H.R4011, North Korean Human Rights Act’ 라고 이름 붙여진 이 법안은 1) 북한주민의 인권을 신장시키고 2) 피난, 망명자들의 인도적인 해결책을 지원하고 3) 북한 내 인도적 지원 공급에 있어 투명성, 감시성을 높이며 4) 정보의 자유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대북 방송을 강화하고 북한주민에게 라디오를 공급하며 5) 탈북자 지원 단체에 매년 2,000만 달러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의 인권개선을 강조해온 미국의 역사로 보아 북한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주장을 펴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또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북한인권법이 만들어지게 된 동기나 법안의 세부사항을 들여다보면 인권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해서 무조건 박수만 보낼 수 없는 문제점이 하나 둘이 아닌 것을 발견하게 된다.
북한의 인권이 문제가 된 것은 경제난에서 비롯된 것을 우리가 알고 있다. 오랫동안 공산주의의 모순과 천재지변, 거기다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경제제재로 먹고 살 것이 없었고 그렇다고 합법적으로 외국으로 이민 갈 수도 없는 처지라 먹을 것을 찾아 국경을 넘는 것이며 중국으로서도 대책 없이 탈북자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단속을 하고 북한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여기서 인권문제가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되었는데 이 문제를 궁극적으로 체제의 붕괴로 해결하려는 의도가 이 법안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3대째 세습 얘기가 나올 정도로 별난 정권이 쉽게 붕괴 될 것 같지도 않고 김정일 정권을 대체할 세력으로 군부를 꼽고 있지만 군부세력이 지금의 김정일 정권보다 더 온건하고 합리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는 아무도 기대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식량을 주고 원조를 해주면서 그것을 지렛대로 인권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현실적인데도 대북 방송을 강화하고 라디오를 공중에서 떨어뜨린다고 무엇이 달라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탈북자를 돕는 단체에 매년 2,000만 달러를 지원한다는 조항은 자칫 탈북자 단체의 양산을 초래할 수 있으며 경쟁적으로 정치적 효율성 높은 탈북자만 우대하게 되면 경제적인 이유로 탈북하는 사람은 뒷전이 되거나 정치적 망명만을 주장하는 폐단이 생길 수 있다.
한국 정부도 남북관계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이유로 북한의 비민주적이고 비 인권적인 사태에 언제까지 눈을 감을 수는 없는 일이다. 미국식 외교방식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서 북한 때리기를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개발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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