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정희 왜 헐뜯나

2004-09-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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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민족은 지도자를 평할 때 항상 ‘공이 먼저’라는 말을 한다. 잘못한 것은 그 다음이고 공이 크면 잘못된 것은 크게 탓하지 않고 영웅으로 모신다.
한반도 한민족은 공보다 잘못된 것이 먼저다. 어릴 때부터 앉았다 하면 남 이야기하고 헐뜯는 이야기 문화 속에서 자란 한국인들은 지도자를 평할 때도 배꼽 밑 이야기까지 다 끄집어내 할퀴고 물어뜯는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한민족의 역사에 영웅이 없다.
세종대왕과 이순신이 영웅으로 만들어진 때가 박정희 시절이다. 박정희의 명에 의해서 이순신이 크게 조명되고 한글을 만든 세종을 영웅으로 만들어 한글 전용시대를 열었다. 광화문에 세종과 이순신 동상이 세워진 것도 그때다. 그 전까지만 해도 세종, 이순신은 교과서 속에서나 나오는 인물이었다.
박정희가 한국을 근대화하기 위한 피눈물나는 노력을 할 때 바로 그 옆에서 그의 한국 산업화에 대한 열망, 민정 시찰 후 돌아와 하루한끼가 어려워 젖이 안나온다고 우는 아낙의 모습을 보고 돌아와 밥상에서 목이 메어 울먹이는 박정희를 지켜본 박근혜는 요사이 박정희의 어두웠던 젊은 시절 이야기까지 끄집어내어 마구 할퀴는 집단을 보고 밤마다 소리 없는 통곡을 할 것 같다.
전두환 시절이래 지금까지 그를 미워하는 집단들은 무자비하게 박정희를 할퀴는 반면 그 시대 가장 혜택을 받고 영화를 누렸던 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박정희 신드롬이 일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훌륭한 지도자는 역시 국민들의 가슴이 먼저 느끼는 모양이다. 박정희가 사망했을 때 그의 정적들은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만세를 부를 줄 알았다. 그러나 대부분 한국인들은 눈물을 흘리며 통곡했다.
박정희를 미워하는 사람들은 개인적인 원한관계를 떠나 지금의 잣대로 그를 헐뜯지 말고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가 그가 처절하게 몸부림치며 5,000년 찌든 가난을 떨쳐 버리려 목숨 걸고 일한 이유를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그는 자신에 대한 평가는 후세의 역사가들에게 맡긴다면서 자기무덤에 침을 뱉어도 좋다고 했다. 지금 마구 침을 뱉고 있는 사람들은 왜 박정희가
한국민들의 심금을 울리며 그들 가슴속에 되살아나고 있는지 한번쯤은 생각해 볼일이다.
김종철/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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