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슈워제네거와 이민정책

2004-09-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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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이야기를 듣자면 그는 모든 이민자들이 가진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이다. 그만한 이야기가 없다.
한때 오스트리아 농장 소년이었던 그가 영어 한마디 못하고 돈 한푼 없이 미국에 도착하던 때를 회상하며 “나는 무일푼이었지만 꿈에 가득 차 있었다”고 말하자 공화당 전당대회장에서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어 그는 바디빌더 챔피언이 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가 되었으며, 부유한 사업가가 되더니 지난해 가을부터는 미국에서 제일 큰 주의 인기 주지사가 되었다.
그러나 슈워제네거에 보내는 박수갈채는 이민정책과 관련한 미국의 깊은 분열을 눈가림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 미국 내 반이민 정서는 너무 강하다. 불법체류 노동자들에게 임시 체류자격을 주려던 대통령의 계획이 의회에서 죽어버렸고, 영주권과 시민권 취득의 길을 열어주려던 민주당 안도 지금 공중으로 사라져버렸다.
이민자의 나라로서 예외적 성공 스토리에 환호하기는 쉬운 일이다. 그러나 엉망이 된 이민정책의 꼴불견 현실을 다루는 문제는 훨씬 어렵다.
한편 전국 최대의 이민자 그룹인 히스패닉의 존재가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별로 반영이 되지 않았다. 히스패닉은 지난해 이후 최다 소수계로 자리 잡았다. 인구의 13%이며, 4,000만명에 달한다. 그런데도 이번 전당대회의 수십명 연사들 중 히스패닉 얼굴은 단 둘이었다. 대통령의 조카인 조지 P. 부시와 네바다 검찰총장인 브라이언 샌도벌이다.
부시 대통령은 2000년 대선에서 히스패닉 표의 35% 정도를 끌어 모았다. 올해는 그 숫자를 40%로 올리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지난 7월 여론 조사에 따르면 히스패닉 커뮤니티의 부시 지지율은 32%에 불과하다. 오히려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지난 몇 년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이들 급속하게 증가하는 히스패닉 유권자로부터 진지한 호응을 얻으려면 민주당이건 공화당이건 히스패닉 연사 수를 늘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히스패닉 유권자들 개개인이 걱정하는 바를 심각하게 고려해야만 한다.

USA 투데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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