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허한 에너지 공약

2004-08-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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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배럴당 50달러에 육박하면서 대선 후보인 부시와 케리가 앞다퉈 에너지 자립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러한 공약은 1973년 닉슨이 1980년까지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성취하겠다고 약속한 이래 대통령이나 대선 후보들에게서 식상할 정도로 들어왔다.
내년이면 닉슨의 공약 실패를 확인하는 25주년이 되고 2010년이면 포드 대통령의 공약이 허망한 약속임을 입증하는 25주년이 된다.
에너지 자립 공약은 지도자들이 에너지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미국이 본토를 개발하더라도 조만간 에너지 자립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유 의존도는 1994년이래 계속 증가했고 천연개스 수입도 1986년부터 200년 사이 3배가 늘었다. 에너지 수요는 국내생산을 25%나 상회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3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시 행정부는 정치성이 농후한 법안을 입안했다가 두 번이나 의회에서 거부당했다. 또 부시 행정부는 환경오염 문제는 등한시한 채 서부 해안지역의 유전을 개발해 에너지 업계의 요구를 들어주려 하고 있다.
케리도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채광산업이 주종을 이루는 주들의 유권자를 겨냥해 공해를 줄이는 기술개발에 정부가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또 농업을 대표적인 분야인 주들을 의식해 2012년까지 매년 50억 갤런의 에타놀을 생산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케리는 차량 연비 강화 요구를 포기함으로써 자동차 생산공장이 많은 주들에게 아첨하고 있다.
에너지 자립 구호는 듣기엔 좋다. 그러나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소요되는 대체 에너지나 재생 에너지 개발 등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동시에 미국 석유 소비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승용차나 트럭 등의 연비를 강화하고 에너지 절약 노력을 배가하는 게 바람직하다.
에너지 절약은 분명 효과가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험을 살펴보면 그러하다. 캘리포니아는 전기세 인상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가전제품이나 빌딩의 효율적인 전기 사용을 유도해 미국에서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정책을 집행하고 있는 주가 됐다. 소비는 수입을 늘린다. 수입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가장 빠른 방법은 에너지 사용 욕구를 줄이는 것이다.

LA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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