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라크 선수들의 증언

2004-08-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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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일이 70일 남은 가운데 민주당 존 케리 후보의 베트남 참전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다. 부시 진영이 자금을 지원한 TV광고가 케리의 훈장 수여를 폄훼하는 등 점입가경이다.
부시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가장 최근에 민주화를 이룩한 나라로 평가하고 있다. 이들 두 나라가 그리스 올림픽에 대표단을 출전시킨 것을 증거로 삼는 인상이다. 하지만 이라크 선수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라크 축구대표팀 코치는 “미국인들에 대해서는 억하심정이 없다. 문제는 미국이 이라크에서 행한 파괴행위이다”고 했다.
이들은 테러범들이 아니다. 이라크 국민들이 좋아하는 운동선수들이다. 이들은 “부시가 수많은 이라크 국민들을 죽이고서 어떻게 자신이 믿는 신을 대면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부시 행정부나 미 의회는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이라크를 해방시켰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는데 왜 그토록 많은 이라크 주민들이 우리를 증오하고 있는지 말이다.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공격은, 과거 미국의 베트남 참전이 반공이라는 구실로 행해졌으며 이는 민족주의, 반식민주의, 내란 등으로 복잡하게 얽힌 현실을 외면한 처사였다는 지적과 맥을 같이 한다.
당시 젊은 케리는 닉슨과 존슨 대통령도 사석에서 인정한, 난마 같은 베트남 현실을 용기 있게 말했다.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미국은 미군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재선을 의식해 융단폭격을 감행했을 뿐이다. 군 최고통수권자가 미군의 신뢰를 기만하고 그들을 불필요한 전쟁에 내보내 죽이고 죽게 했을 때 과연 참전용사들 말고 누가 진실을 제대로 말할 수 있겠는가.

로버트 쉬어/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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