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때늦은 주한 미군 재배치

2004-08-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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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년 간 수만 명의 독일 주둔 미군은 제2차 대전이 끝나고 아이젠하워가 배치해 놓은 대로 가만히 있었다. 주한 미군도 한국전이 끝나고 리지웨이 장군이 놔둔 대로 있었다. 지난 3년 간 럼스펠드 장관은 이런 어리석은 정책을 뒤바꿀 궁리를 해왔다.
지난 월요일 부시 대통령은 불필요한 6~7만 명의 해외 주둔 미군을 철수한다고 밝혔다. 일부는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며 일부는 동유럽과 중동, 동남아 각 지역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데 파견될 것이다.
이는 때늦은 조치다. 주독 미군은 유럽을 소련의 침공에서 지키기 위해 배치된 것이다. 소련은 13년 전 사라졌다. 도대체 미군은 독일에서 무얼 하고 있는가. 냉전 기간 중 그들의 임무는 “아메리카를 유럽에 묶어 놓고 러시아를 몰아내며 독일을 눌러 놓기 위한 것”이었다. 러시아는 유럽을 침략할 형편이 아니며 독일을 눌러 놓는 것도 미국이 할 일은 아니다. 게다가 지금 미국은 우방이 군대를 파견하지 않으려는 다른 지역에 군대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은 전형적인 반동적 리버럴리즘이다. 존재 이유가 오래 전 사라졌는데도 현상유지에만 급급하고 있다. 존 케리의 보좌관인 웨슬리 클라크는 “세계 60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알 카에다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지금 미군을 철수할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웃기는 이야기다.
7만2,000명의 주독 미군이 알 카에다와의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들을 유지하는데 드는 엄청난 비용은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효율적으로 쓰여질 수 있다.
비판자들은 한국에서 1만2,500명의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데 특히 반대하고 있다. 주한 미군은 앉아 있는 오리다. 3만7,000명의 미군이 100만 북한군의 공격에 대항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이들의 임무는 전쟁이 나자마자 죽어줌으로써 미국의 자동 개입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이 약했을 때는 의미가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경제적으로 도약했으며 한국군의 전력도 막강하다. 이들을 전쟁에 시달리고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는 중동 국가로 재배치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케리는 이들을 재배치하는 것이 핵을 갖고 있는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의 약속만 믿고 원자로와 중유를 갖다 바쳤을 때 그는 무얼 하고 있었는가. 북한은 이 협정을 깬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소련의 붕괴에 따른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를 할 때는 오래 전에 지났다. 민주당은 이를 선거 쟁점화하고 있다. 환영할 일이다. 두 당간에 분명한 차이가 있는 이 문제를 끄집어내지 않았다면 부시는 대통령으로서의 임무를 게을리 한 것이다. 선거 후 이를 실천에 옮기려면 이를 이슈화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것이 옳다.

찰스 크라우트해머/ 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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