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에 문제가 있을 때 실패한 팀을 그대로 두고 상위 관리급을 한층 더 올림으로써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생각하는 기업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30년전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그랬듯이 이전에는 성공적이던 사업이 지지부진할 때 요구되는 것은 최고 경영자에서부터 페인트 칠하는 부서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기업 문화를 바꾸는 대대적인 개혁이다.
본사 사무실을 아무리 요란하게 다시 꾸민다 하더라도 개혁이 공장 근로자 차원에서부터 추진시키지 않으면 문의 손잡이가 떨어져 나가곤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번 9.11 조사위원회가 내린 결론은 바로 그런 약점을 안고 있다. 시스템 제일 꼭대기를 덧 칠한 정도의 변화이다.
정보는 군과 같고, 장군의 승리는 보병에 의해 얻어진다. 20여 년 정보기관에서 일해본 경험에 의하면 문제는 재능있는 인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미로 같은 관료체제이다. 탁월한 성과를 거두기보다는 잘못으로 드러날 위험이 있는 일은 가급적 피하기에 급급한 상부 관리들이 문제이다.
우리 정보기관이 내놓은 정보 분석은 너무도 안전하고, 너무도 막연해서 아무 소용이 없는 것들이었다.
뛰어난 전문가들, 정보 요원들이 있지만 힘있는 정보가 상부로 한층한층 전달되면서 맥없이 희석되는 것을 나는 보았다.
너무 극단적으로 들리거나 탄탄한 데이터로 뒷받침되지 않은 정보를 보스에게 보고하는 중간관리들은 거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로 뛰어난 가치가 있는 정보는 처음에는 완벽하게 자료로 갖춰질 수가 없다는 점이다. 용기와 신뢰를 요구할 뿐이다.
우리 정보 시스템은 너무 관료주의 적이다. 관료주의는 일상적 업무능력은 보장하지만 탁월한 성과를 이룰 때 필수적인 위험부담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테러 시대의 정보는 비전과 창의성, 그리고 깊은 지식에 바탕을 둔 지적인 대담함을 필요로 한다. 적의 마음과 가슴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관료주의 시스템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랄프 피터스/USA 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