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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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미래의 열쇠

2004-08-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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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원들은 종종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가 1971년 미 상원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를 대표해 한 발언을 들어 케리를 깎아 내리려고 시도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전술은 오히려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
만일 유권자들이 33년 전 케리가 행한 발언을 조목조목 읽는다면 당시 젊은 케리의 애국심과 진실을 말하려는 용기에 대해 존경심을 갖게 될 것이다. 참전용사들과 미국민들은 당시 미국이 베트남 내전에 굳이 한 편을 들어 참전한 것이 잘못된 정책이었음을 말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미군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케리는 닉슨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죽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누군가 죽어야만 한다는 닉슨 자신의 말을 인용하면서 닉슨이 미군의 희생을 재촉했음을 지적했다. 사실 1964년 미군의 참전이 본격화했을 때 린든 존슨도 닉슨과 비슷한 심경을 토로했다.
존슨은 그의 국가안보보좌관 맥조지 번디에게 “이 전쟁은 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들어가면 빠져 나올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존슨은 융단폭격을 명령했다. 가치 없는 전쟁에 왜 존슨이 참전했는지 정계에서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당시 공화당은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카드가 없었다. 그래서 참전을 선거용으로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베트남 전에서 팔다리를 잃은 맥스 클리랜드는 2002년 조지아주 상원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무릎 문제를 핑계로 징집 면제를 받은 공화당 후보 색스비 챔블리스는 클리랜드를 오사마 빈 라덴의 이미지에 연결시켜 테러와의 전쟁에 미온적이라고 밀어붙였다. 거짓 애국이 어떻게 진정한 애국을 밀어내는지 보여준다. 케리는 힘을 지혜와 조화를 이루길 희망한다. 그러나 내편 아니면 적이라는 ‘일방적 군사주의’를 부르짖는 세력의 기세가 드센 현실이다. 부시의 이라크 정책을 비난만 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대안이 있어야 한다. 케리는 집권하면 이라크 주둔 미군 중 상당수를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중요한 시점에 보여줬듯이 케리가 솔직한 자세로 국정에 임한다면 이라크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이 처한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테러 지원자를 증가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줄이는 효과를 낼 것이다.
케리는 27세 때 “우리 나라가 위급에 처한다면 나는 언제든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킬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망상에 빠져 있다. 우리는 정당한 위협에 근거해서만 싸워야 한다”고 증언했다.
이 증언은 지금 상황을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9.11 사건이 터지기 전에 알카에다의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사건이 터지자 사담 후세인의 위협을 과대 평가한 현정부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불행한 것은 부시가 바로 이러한 망상을 재선 캠페인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로버트 쉬어/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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