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직한 후보라면

2004-08-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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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는 클린턴 정권 당시 민주당의 정강의 핵심을 이루던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지 모르겠으나 그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행한 연설은 국방에서 무역 및 경제에 이르기까지 클린턴의 노선과 한참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났다.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했다.
케리는 자유무역의 한 단면인 아웃소싱을 강력히 비난했다. 국내 일자리를 앗아가 중산층의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한 것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무역역조는 한가지 요인일 뿐이다. 실제 1970년부터 2002년까지 제조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에서 14%로 10% 포인트나 줄었다. 그런데 제조업 무역적자는 이 기간동안 4%만 증가했다. 그렇다면 다른 적자 요인은 무엇인가.
정직한 대선 후보라면 두 가지를 이유로 지목해야 한다. 하나는 국민이 부유해 질수록 제조업 상품보다는 서비스 상품에 더 많은 지출을 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제조업 생산성이 다른 부문에 비해 훨씬 빨리 상승했다는 점이다. 수요 감소에 대응하려면 적은 수의 노동자로 생산성을 높이는 길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국내총생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격감한 것은 당연하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저임금 노동자를 활용해 물건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미국 노동자들과 정당한 경쟁이 될 수 없으므로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게 케리의 입장이지만 외국 노동자들에 대한 우려는 과장된 것이다. 무역을 하다보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큰 그림을 보면 결국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무역은 가난한 나라의 수많은 국민들을 빈곤에서 구해냈다. 가계에 새로운 소득원을 제공했고 일반 서민들이 다양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케리가 인정했듯이 의료비와 학비가 급등하는 것은 바로 자유거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 무역거래의 부작용 최소화하는 방법은 일정한 재원을 마련해 이를 사회에서 소외되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지원하는 것이다.
세계 자유무역은 차기 대통령이 반신반의하는 의회를 설득해 밀어붙여야 하는 사안이다. 자유무역은 연간 세계인의 소득을 1,000억 달러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기회를 놓고 우물쭈물하는 대통령을 갖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세바스찬 맬러비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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