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체 불명의 지도자

2004-07-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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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지루하게 만드는 것이 존 케리의 가장 큰 특징이다. 지금 미국 정치 상황은 20년 간 연방 상원에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되는 분위기다. 뽐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상원은 쓸 데 없는 오랜 토론으로 이들을 지겹기 짝이 없는 사람으로 만든다.
케리의 라디오 연설을 들어보면 상투적인 말로만 가득 차 있다. 그는 침착하고 끈질기며 안전하다. 이런 특징이 이번 선거에서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는 장황함으로 민주당을 단결시켰다. 클린턴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만 했지만 그는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는 결코 하지 않는다. 그는 말은 많이 하지만 아무 것도 배제하지 않기 때문에 그 말을 듣는 사람은 무엇이든 자기가 믿고 싶은 결론을 끌어낼 수 있다.
지난 며칠 간 나는 케리는 낙태와 동성연애를 반대하고 이라크 주둔군을 증강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강경 보수 자유 무역주의자라고 생각하는 민주당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나는 또한 케리는 이라크 전을 반대하고 동성연애 결혼을 찬성하며 리버럴한 보호무역주의자라고 주장하는 민주당원들과도 만났다.
케리는 수년 동안 이야기했지만 그가 진심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철저히 숨기는데 성공했다. 그는 위기에 직면한 미국이 필요로 하는 침착한 인물인가 아니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인가. 다음 며칠 동안 그의 정체가 밝혀지기를 희망한다.

데이빗 브룩스/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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