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핫도그 먹기 대회

2004-07-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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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 한 자매가 독립기념일 주말 휴가를 뉴욕에서 보낸다는 것을 교인들은 알고 있었다. 사라 송은 친구들과 함께 뉴욕여행을 오래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다. 자매의 성 ‘송’이 말하여주듯이, 그 자매의 삶은 하나님께 드리는 노래와 같다. 7월4일 주일 설교를 준비하고 있는데 교회 한 청년이 말을 걸어 왔다. “목사님, 오늘 아침 TV에서 누구를 보았는지 추측하여보세요?” 하며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흥분으로 가득 차있었다. 수수께끼 같은 그의 질문에 어리둥절하여 나는 “누구를 보았습니까?” 하고 물었다. “사라를 보았어요.”하였다.
뉴욕에 있는 사라를 보았다고 하니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라 송? 우리교회 사라를 TV에서 보았단 말이요?”하자. “예, 틀림없이 사라 이었어요” 라고 맥스는 말하였다.
맥스는 아침에 뉴스를 보기 위해 텔레비전 채널을 바꾸다가 우연히 ESPN에서 방송하는 ‘네이슨의 독립기념일 핫도그 먹기 콘테스트’라는 프로그램을 보게되었다 한다. 독립기념일마다 열리는 핫도그 먹기 대회는 뉴욕 코니 아일랜드에서 열린다. 텔레비전에 사라가 나왔다는 소문이 영어부 청년들 사이에 미소와 함께 물결처럼 퍼져 나갔다. 사라가 빅 애플에서 카메라에 잡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의 사적인 순간이 수 천마일 떨어진 이곳 우리들에게 알려진 것을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교회에서 돌아온 아내는 ESPN 텔레비전 채널을 연결해 달라고 했다. 평소에 TV를 보지 않는 우리는 아래층 골방에 있는 TV에 케이블을 연결하여 특별한 때에만 본다. 아내는 스포츠팬이 아니다. 야구나 농구를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님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위 층 침실에 있는데 아래층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크리스, 빨리 와봐요, 빨리요!” 하고 아내가 나를 불렀다.
혹시 그녀가 넘어졌나 싶어 나는 급히 아래층으로 달려갔다. “오, 놓쳤어요” 하며 아내는 안타까워하였다. 이것이 두 번 째의 미스 사라 송의 목격이다. 핫도그 먹기 콘테스를 재방송하는 장면에 우리교회 사라가 무대 앞줄에 앉아 핫도그 먹기 대회를 구경하고 있더라고 아내는 보고하였다. 맥스 말이 맞았다.
뉴욕에서 돌아온 사라가 금요일 성경공부에 왔다. 우리는 전세계에 10초 동안 얼굴이 알려진 사라에게 한마디씩하며 놀렸다. 4년째 계속 일등을 한 일본선수 다께로 코비야시가 12분 동안 53개 반의 핫도그를 먹어 자신의 기록을 깨트렸다한다. 놀라움과 메스꺼움이 함께 섞인 표정을 지으며 사라는 신청자들의 모습을 묘사하여 주었다. “대회가 끝났을 때 코비야시의 배가 마치 임산부 같았다” 며, 그녀는 튀어나온 배 모양을 흉내냈다.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 삶 속에서 인생을 배운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코비야시를 응원하면서, 그를 왕처럼 높이 쳐들며 화관을 바치더라 하였다. 사라는 무엇인가를 혹은 무엇이든지 숭배하려는 많은 사람들의 열정에 놀랐다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을 예배하는 크리스천의 모습을 돌이켜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다고 하였다. “우리들이 예배 볼 때 이와 같은 열성으로 하나님을 예배할 필요가 있다.” 라고 코멘트 하였다.
내가 받은 교훈은 좀 달랐다. “무슨 일을 하든지 조심하라. 은밀한 곳에서 하는 일이 지붕 위에서 크게 외쳐 만민에게 알려진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속담처럼 투명하게 사는 삶을 생각해본다. 독립기념일 주일날 아침, 사라는 자신의 사적인 순간이 전세계로 방송되어 나간다는 것을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다음 번은 당신 차례가 될 줄 누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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