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민개혁 저버리는 부시

2004-07-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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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곤잘레스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전형적인 18살짜리 미국 소녀이다. 고교에서 운동팀에 들어갔고 교회 활동에 열심이고 올 가을에는 대학에 들어가기를 고대했다.
그런데 정부가 그 아이를 코스타 리카로 추방하려 한다. 5살 때 미국에 와서 자란 마리는 그 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갑자기 잃어버릴 처지에 놓여있다. 아버지는 미주리 주지사 실 급사로, 어머니는 초등학교 스페인어 교사로 일했는데 입국시 비자가 만료된 후 공백기간이 생겼고 이후 영주권 신청을 하고 있지만 서류 미비상태이다.
매년 정부는 마리 같이 미국에서 자란 장래가 유망한 10대들을 생소한 라틴 아메리카나 카리브 해안 국가들로 추방하고 있다. 양당 의원들이 드림 법안을 지지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 법안은 6만5,000명의 불법체류 고교 졸업생들이 대학을 마칠 경우 시민이 될 수가 있고, 공립 대학에서 주 거주자 등록금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드림 법안은 지난가을 연방 상원 법사위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으며 통과되었다. 그런데 선거를 의식한 부시 행정부가 뒤로 빼면서 흐지부지 되고 있다.
백악관이 전략적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라틴계 표가 점점 늘고 있고, 특히 부동표가 많은 주에서 이들 표의 영향력이 높아진다는 사실, 반면 이민 개혁을 밀고 나가면 반이민 진영의 반발이 야기될 것이라는 사실을 저울 질 하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또 다시 보수 표밭만을 겨냥하기로 결정했다. 라틴계 표에 대한 환상을 떨쳐버렸다. 이제 존 케리가 드림 법안을 지지하고 있고, 이민자 권익단체들은 유권자 등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리 가족 같은 당사자들은 단지 문제가 어서 빨리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해롤드 마이어슨/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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