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주당이 승리하는 길

2004-07-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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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출신 복음주의 기독교인인 에이미 파터는 지난 2000년 선거에서 조지 W. 부시에게 투표했다. 공공장소에서의 신앙 토론에 적법성을 주는 부시의 입장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른 이슈들에 대한 부시의 입장이 점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 까 생각 중이다. 단 후보가 자신의 사회적 아젠다들이 신앙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할 경우이다.
민주당은 파터와 같은 신앙인들 표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존 케리 후보진영은 최근 신앙인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담당 디렉터를 고용했다. 그것이 첫 단계는 된다. 하지만 고작 흑인 커뮤니티로 한계를 삼고 있으니 문제이다.
파터와 같은 부류의 유권자들을 학자들은 ‘자유형 복음주의자들’로 분류한다. “대부분 백인, 남부와 중서부, 그리고 북서부의 교외지역에 거주하며 대형 교회에 출석하고 자녀들을 공립학교에 보내는 유권자들”이다. 그들은 신학적으로 보수적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무소속이고 사회 복지와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민주당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 결정들이 신앙에 기초한 것이라는 사실만 밝히면 민주당 쪽으로 기꺼이 끌려갈 사람들이다.
과거 대통령 선거에서 이들 표는 지미 카터에서 로널드 레이건으로, 빌 클린턴에서 조지 W. 부시로 옮겨 다녔다. 이들 신앙심 깊은 부동표는 부시에게 환멸을 느낀 다른 종교 온건파들과 합쳐질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부시의 강경한 이민정책 때문에 부시에게 등을 돌린 아랍계 유권자들, 민주당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히스패닉 가톨릭계, 노조와 낙태지지 등으로 민주당 정책을 선호하는 진보적 가톨릭계, 부시의 사회 정책에 불만족하는 비정통 유태계등이다.
아울러 스스로 기독교인으로 분류는 하지만 복음이나 중생과는 거리가 먼 이성적 기독교인들도 부시의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불만이 높다.
최근 USA 투데이는 2000년 대선에서 매주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중 87%가 부시를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그보다 앞서 나온 갤럽과 퓨 여론조사들을 봐도 교인들은 공화당을 좋아한다는 잘못된 가설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금년 선거에서 종교의 역할을 주제로 한 최근 컨퍼런스에서 이 가설은 맞지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매주 교회에 나가서 예배를 드리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해당자들 중 월등히 많은 숫자가 공화당에 표를 던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가끔 예배 참석, 믿음, 기도, 성서 읽기등 다른 종교적 잣대들을 같이 적용하면 민주·공화 지지 격차가 현저히 줄어들고 때로는 역전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세속적 사람들의 당이고 공화당은 신앙인들의 당이라는 신화는 민주당에서조차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직화된 종교를 불신하는 사람들, 종교의 다양성 등을 모두 수용하려고 비종교적 언어를 사용하다 보니 민주당은 신앙과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신앙에 대한 민주당의 소심한 태도는 이제 시대 착오적이며 유권자들과 겉도는 것이다. 폭스 뉴스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들 중 69%는 사람들의 삶에서 종교의 역할이 너무 작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민주당이 계속 세속성을 밀고 나간다면 그것은 표심을 잘못 읽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부동층 신앙인 표에 좌우되며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윤리적 종교적 이슈들이다. 부동층 신앙인들은 다수가 중서부, 남부 경계, 그리고 도시 교외지역 등 중요한 선거구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선거가 접전일 경우 결정적 역할을 할 수가 있다. 민주당이 구식의 패러다임을 깨고 보다 강한 종교적 어조로 말을 한다면 그 표들을 흡수할 수가 있을 것이다.

제럴드 젤리저/USA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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