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러스트와 재산권 행사

2004-07-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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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설정은 재산의 형태 등을 바꾸는 간단한 법적 수속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홍길동씨’ 명의의 재산을 ‘홍길동씨 트러스트’ 명의로 바꾸는 데 불과하고 재산 상속시에는 프로베이트를 피할 수 있게 하는 힘을 발휘하게 되기 때문이다.

트러스트를 설정한다고 해도 본인 생존하는 동안 일상적인 재산권 행사에는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다. 왜냐 하면 여러분 자신이 트러스트 설정자(settlor)이자, 트러스트 관리인(trustee)이며, 트러스트 수혜자(beneficiary)로서 1인3역의 권리를 동시에 행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만달러를 홍길동씨가 트러스트 명의로 은행에 예금했는데 그가 여행을 가려고 5,000달러를 꺼낸다면 트러스트 관리인인 홍길동씨가 트러스트 수혜자인 홍길동씨에게 5,000달러를 꺼내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와 같이 마음대로 트러스트 재산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다.

법적 문서상으로는 ‘트러스트’가 재산의 주인인 셈이나 엄격히 따지자면 여러분이 재산의 관리인으로 100% 관리(control)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실
제로 트러스트를 만든 여러분은 모든 권한을 갖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설정했던 트러스트도 여러분의 뜻에 따라 생존시에 마음대로 취소할(revocable) 수도 있다. 바꿔 말하면 바람직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트러스트 자체를 취소하고 모든 것을 트러스트 만들기 이전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본인 사망 후에도 계속 효력(living)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리보커블 리빙 트러스트(revocable living trust)로 불린다. 여기선 이 리보커블 리빙 트러스트를 편의상 ‘트러스트’로 부르겠다.

유언서와 트러스트의 가장 큰 차이는 유언서 작성으로는 프로베이트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러스트를 작성하면 명의가 ‘트러스트’로 이전된 이상 프로베이트를 거치지 않는다.

주의할 점은 트러스트로 명의 이전이 안 된 재산들은 프로베이트를 거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러스트는 ‘공동명의’나 ‘수혜자 지정구좌’보다 훨씬 융통성이 있고 공동명의나 수혜자 지정구좌의 장점을 강화시키고 단점을 보완하는 큰 우산 같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예를 들어 트러스트에서는 여러분이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할 경우 자녀가 일정 연령(예:25세)에 이르기까지는 재산의 일부만을 상속하게 할 수 있다. 이런 것은 트러스트 설정에서만 가능하다.

본인이 사망에 이르지는 않았으나 식물인간의 상태 등에 빠져 실질적으로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을 때에 대비한 별도 규정 등을 마음대로 첨가할 수 있으므로 법적으로 사실상 가장 바람직한 상속계획이라 할 수 있다.

박재홍 <변호사> (714)901-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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