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소한 체격, 집념으로 극복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사나이 정재홍(30).
작은 키와 바짝 마른 몸, 서양인과 비교해 턱없이 왜소한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사우스 캐롤라아나주 육체미 대회 헤비급에서 우승한 한인 젊은이의 집념이 감동을 주고 있다.
정씨가 육체미를 시작한 동기부터 심상치 않다. 동양아이가 미국 아이들보다 잘하는 것은 수학 밖에 없다는 주위의 편견이 자극이 됐다. 아버지 마저 “한국인은 몸이 작으니 육체미로 외국인을 이길 수 없다. 태권도나 핑퐁을 해라. 육체미로 성공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정씨는 아버지의 말을 믿지 않았다. 당시 57kg에 15살 밖엔 안된 소년이었지만 정씨의 눈은 벌써 챔피언 스탠드로 향해 있었다.
그후 정씨의 결심은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 힘든 고통스런 훈련으로 이어졌다.
대학시절 크리스마스 연휴로 모든 헬스클럽이 문을 닫았던 추운 날이었다. 그날은 등과 어깨 운동을 하기로 돼있어서 무턱대고 캠퍼스 안에 있는 헬스장을 찾았다. 문이 모두 잠겨 있어 결국 유리창 걸쇠를 부수고 들어갔다. 화씨 10도의 추운 날씨. 역기 손잡이들이 너무 차가워 살이 얼어 붙었고 운동을 끝낼 때마다 손바닥은 피범벅이 됐다.
그러나 챔피언의 길은 멀었다. 21살 때 3등, 24살 때 2등, 27살 때 3등, 28살 때 4등....
쓰러질 때마다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어머니였다. 고등학교 때는 쉬는 시간에 먹으라고 밥과 닭고기를 싸주셨고 대회장에는 한 번도 빠지지 않으셨다.
하지만 4번이나 도전했다 실패하자 어머니도 잠시 흔들리셨다. “재홍아, 미국인들과 경쟁하기에는 너무 힘든가 보다.”
어머니의 걱정이 오히려 그의 결심을 새롭게 만들었다. 하루에 90개의 계란을 먹었고 훈련이 너무 과해 운동 중에 토하기 일쑤였다.
마침내 지난 6월 5일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육체미 대회에서 정씨는 챔피언만이 설 수 있는 시상대에 우뚝 섰다.
아니, 이기건 지건 상관없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하루 하루를 최선을 다했던 정씨에게 챔피언의 자리는 오래 전에 예약돼 있었다.
정씨의 새로운 목표는 2005년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미스터 USA’.
이미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정씨는 전국 최고의 바디 빌더들이 집결하는 이 대회를 승자의 당당함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이병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