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니? 결혼했다고?

2004-07-10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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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렇게 쉽게, 그것은 둘째라 치고 그 집에서 그 아이를 받아들였데?’
나의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내린 질문이었다. 그 여자아이는 이제 20세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나이에 해본 일, 안해본 일이 없는 아주 확실한 아이였다.
물론 그 사실을 나만 알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쬐끔 틀려지지만, 비슷한 나이 또래, LA 바닥에서 그 아이의 온갖 엽기담을 모른다면 간첩이라고 봐도 무관하기 때문이었다. 대단한 엽기녀였다. 3-4년 전, 선교회에서 한 6개월 정도 생활한 적이 있었는데, 워낙 사건을 몰고 다니던 아이였기에 우리도 두손, 두발을 완전히 들고 내보낼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까지로 몰고 갔던 엄청난 아이였다.
처음 선교회에 들어왔을 때 나이에 맞지 않게 꽤 성숙한 얼굴이었고, 몸매도 짱, 얼굴도 짱, 성격도 화끈! 그래서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짱’으로 통했고 결국 한 녀석을 물었다. 이 녀석과 관계를 어찌나 다이내믹하게 만들어 가는지 하루가 멀다하고 쌈박질을 해대는데, 계집아이가 갖은 욕설과 주먹을 날리고 한 20센티는 족히 돼 보이는 통굽 신발을 녀석에게 집어던져서 녀석을 겁나게 휘어잡았었다.
뿐인가? 선교회 캠프를 갔던 어느 날, 알콜 중독으로 들어와 있던 50대 후반의 형제가 정부에서 돈을 타서 꼬불쳐 숨겨놓은 돈으로 술을 사 몰래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고, 그 형제에게 술을 얻어먹기 위해 벌건 대낮 나무 뒤에서 18세도되지 않은 계집아이가 품에 안겨 갖은 교태와 아양을 다 떨며 역겨운 일도 마다 않던 아이였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건으로 웬만한 일에는 눈도 꿈쩍하지 않았던 나조차도 이해가 되질 않아 결국 선교회에서 내보냈다.
극히 드문 강제조치를 당하고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도무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당당한 모습으로 목사님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그 여자아이가 결혼을 했단다. 그것도 상대가 제법 큰 교회 사역자라고 한다.
지금은 사모님 소리를 들으며, 과거를 완전히 청산하고 열심히 봉사활동에 힘쓴다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소식을 전해듣고 그저 어안이 벙벙하여 할말을 잃었다. 소식을 전해주는 그 아이의 친구에게 물었다. “그쪽 부모님들이 뭐라시던데... 그 아이의 과거를 아신다니? 마약도 했고 남자도 한둘이 아닌 수 십 명에 달했고, 술 주정에, 폭력에... 그런 거 다 아신데?”
그러자 더욱더 경악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은, 바로 남편의 부모님이 그 사실을 모두 아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과 기쁘게 결혼을 시켰다고 한다. 그 부모님들이 하신 말씀은 “우리 아들만을 위해서는 완벽한 며느리를 보고싶지만, 그러한 며느리라 할지라도 아들로 인해서 참사람이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하나님께 칭찬 받을만한 큰 사역인가요? 내 자식이 소중하면 다른 이들의 자식도 소중한 법이지요.
우리들의 눈에는 그 며늘아이가 못마땅하겠지만, 그 아이 부모의 눈에는 얼마나 소중한 자녀이겠습니까?”라며 흔쾌히 결혼을 승낙하셨다는 것이다.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믿음이 좋고 성인군자와 같다하더라도 자신의 자식을 담보로 잡히는 일은 없을 테인데. 모든 부모는 내 새끼가 못났어도 며느리는! 사위는! 괜찮은 사람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것이 한결같은 입장일 것이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아직까지는 그 여자아이가 사모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역할을 꽤나 잘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칭찬이 자자하다고 한다.
사람은 자신을 인정하고, 칭찬해주며, 믿어주는 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게 돼있는가 보다. 베스트셀러였던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는. 또한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아낌없이 내어줄 때 인간은 감동하게 되어있는가? 이제부터는 내 것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을 챙길 줄 아는 이들이 된다면 태평양 고래들이 모두 춤을 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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