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막강해지는 부통령

2004-07-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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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통령 직은 오랫동안 정계에서 가장 별 볼일 없는 직책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지금 딕 체니 부통령이 행사하고 있는 막강한 결정권을 보나, 과거 10명의 부통령중 7명이 대통령 후보로 지명을 받았다는 사실을 볼 때, 부통령직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의 존 케리 연방상원의원이 러닝 메이트를 발표하면서 부통령 직책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고 있다. 노스 캐롤라이나 출신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을 선택한 것은 보다 강한 부통령을 바라는 요즘 추세와 잘 들어맞는 것으로 보인다. 에드워즈가 연방상원의원 경력 외에는 공직 경험이 없지만 많은 민주당 유권자들은 그가 국정을 책임질 능력이 있는 것으로 느끼는 것 같다. 근년 부통령이 갖는 힘과 영향력의 변화를 보면 러닝메이트 선택은 이제 국가적으로도 중대한 사안이다.
부통령직은 본래 선거 티켓의 균형을 맞추거나, 국장에 대통령이 대신 보낼 사람이 필요해서 만든 직책이 아니다. 본래 헌법에서 대통령 선거인단은 두 표를 행사하게 되어 있었고, 두 표를 모두 같은 주 출신 후보들에게 던질 수는 없었다. 그리고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후보가 대통령, 두 번째가 부통령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1800년 선거에서 토마스 제퍼슨과 아론 버가 비기면서 연방하원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제퍼슨이 승리를 거둔 후 여당은 헌법을 개정, 대통령과 부통령을 따로 선출하도록 바꾸었다. 그리고 근년 대통령 후보들이 러닝메이트를 직접 고르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체니의 경우, 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부통령 직이 재 부상하는 것은 정부로 볼 때 긍정적인 발전이다.
아울러 장관, 백악관 직원, 혹은 정치 전문가가 종종 대통령 옆에 붙어서 그를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런 사람들보다는 국민의 승인을 받았고, 대통령 자신이 선택한 부통령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더 낫다. 부통령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대통령으로 보나, 국가로 보나 현명한 일이다.
조슈아 스피박/USA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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